지난 2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은행 총재 초청 은행장 간담회'./사진=연합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를 두고 블록체인 업계 등 민간과 한국은행 등 재도권 금융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당초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핀테크업체 등 민간 주도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한국은행이 제동을 걸면서 '한국식 스테이블코인의 모델'도 변화 수순을 맞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블록체인 투자사인 해시드는 최근 주요 금융지주사 등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핀테크와 은행의 '절충 모델'이 대안으로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현재 시점에선 CBDC와 스테이블코인, 토큰이 어떻게 공생할지 여부도 불분명한 상황. 핀테크와 가상자산업계, 은행권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각각 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은 민간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도록 허용한 미국식 모델을 따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블록체인 및 핀테크 업체들도 발빠르게 관련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준비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한은이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강하게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입법부에서도 미국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기엔 부담이 커졌다. 한은은 그동안 추진해온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 2차 실험을 잠정 중단하고, 스테이블코인 관련 제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더라도 민간이 아닌 한은 등 레거시 금융이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발간한 '2025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앞서 점검해야 할 4대 리스크'로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리스크 ▲결제 및 운영 리스크 ▲외환거래 및 자본유출입 리스크 ▲통화정책 유효성 제약 리스크를 명시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한은 등 제도권 금융의 관리 하에 운용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일단 여러 이해관계의 대립에 이어 새정부 출범이라는 급박한 환경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 논의도 예상만큼 속도가 붙긴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업게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국회는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및 국무위원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현안에 밀려 있는 만큼,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도 논의도 아직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법안이 논의에 착수한다고 해도 수정 가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코인 법제화의 키를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복수의 법안이 발의되는 등 스테이블코인을 둔 시각차가 존재한다.

향후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 논의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뼈대로, 비숫한 내용이 담긴 '디지털자산 혁신법안' 과 함께 논의 및 수정을 거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정부가 출범하기 전 스테이블코인이나 비트코인 전략 비축 등을 논의할 때에는 한국은행이 별로 귀 기울여 듣는 것 같지 않았다"면서 "막상 새정부 출범 후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급진전되니 한은 뿐 아니라 가상자산 업계조차도 상당히 놀란 눈치"라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