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본사 전경. 사진=메디톡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던 보툴리눔 톡신의 국산화 포문을 열었던 메디톡스가 차세대 톡신 개발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다시 한번 시장의 판을 흔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기존 3종의 톡신 제품 이후 새롭게 가세한 뉴럭스와 대표 파이프라인인 ‘MT10109L’, ‘PF30’, ‘MT951’ 등의 활약이 기대가 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란 장미빛 전망이 감지되고 있다. 실제 메디톡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286억원, 영업이익 203억원을 거두며 전년보다 각각 3.3%, 17%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면서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인 640억원 매출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올해는 3공장의 본격적인 가동과 함께 메디톡신에 이은 이노톡스, 코어톡스, 뉴럭스 등 '사총사' 라인업이 시장에서 긍정적 반응이 쏟아지는 중이다. 이 때문에 메디톡스는 ▲매출 1조원 ▲시가총액 10조원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 TOP 20 진입이란 목표에 성큼 다가가는 분위기다.
■수입산 독주체제 깨고 빠르게 시장 점령한 메디톡스
2000년 의약품 관련 기술 및 제품의 제조업, 보툴리눔 독소단백질 치료제 제조업 등을 영위할 목적으로 설립된 메디톡스는 6년 뒤 국내 최초, 세계에서 네번째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출시하며 혜성 같이 등장했다. 2000년대까지만헤도 국내 보툴리눔 시장은 수십년간 세계 시장 60~70%를 점유한 미국 앨러간(현 애브비)이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2006년 ‘메디톡신’의 등장은 수입산 독주에 균열을 냄과 동시에 메디톡스 성장의 날개를 달았다.
실제 출시 첫해 시장점유율 8%를 차지하는 데 그쳤던 메디톡스는 2009년 이후 4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영업이익률이 50% 이상 고공행진하는 등 수익성마저 자랑했다. 2010년에는 휴젤이 보툴렉스, 2013년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출시하는 등 국내 기업의 시장 진입이 이어졌지만, 메디톡스는 2013년 이노톡스, 2016년 코어톡스 등 차세대 톡신 제제들을 시장에 출시하며 ‘톡신 명가’로서의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메디톡스가 ‘K-톡신’ 대표주자로 우뚝 선 데는 단연 제품 경쟁력이 꼽힌다. 국산 1호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통해 국내 시장 점령에 성공한 메디톡스는 이후 액상형 톡신 제제 ‘이노톡스’, 내성 발생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비독소 단백질을 제거한 150kDa(킬로달톤) 크기의 ‘코어톡스’ 등 새로운 제품을 잇달아 시장에 내놓으며 톡신 명가로 명성을 알리고 있다. 다수의 톡신 제제를 개발하며 R&D 역량을 확보한 메디톡스는 2023년 계열사 뉴메코를 통해 최신 공정을 적용해 수율과 품질을 높인 신규 톡신 제제 ‘뉴럭스’를 출시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4종의 톡신 라인업을 보유하게 됐다.
■차세대 톡신 뉴럭스…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
뉴럭스 사진=메디톡스
메디톡스는 차세대 톡신 뉴럭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시장 점유율을 확장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뉴럭스는 지난해 페루와 태국에서 허가를 획득했으며 현재 20여개국에 판매 인허가 신청을 진행중이다. 또한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말 오송 3공장 내 뉴럭스 제조소를 신설해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출시 초기부터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높인다는 전략이다.
메디톡스는 뉴럭스가 안전성 측면에서 강점이 있어 해외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럭스는 원액 생산 과정에서 동물유래성분을 배제하면서 동물성 항원에 의해 유발될 수 있는 알레르기 반응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또한 화학처리 공정을 줄여 독소 단백질의 변성을 최소화함으로써 제품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메디톡스 기존 제품에 안전성을 더한 뉴럭스를 필두로 미래 시장을 겨냥한 차세대 톡신 파이프라인 개발에 집중하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 제제 'MT10109L'와 이를 사전충전형 주사기로도 불리는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개량한 'PF30', 유전자 재조합 톡신제제 'MT510'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들 제품이 향후 메디톡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MT10109L’은 제조 공정상 동물유래성분이 배제됐으며 액상형으로 별도의 희석 과정이 필요 없어 오염 가능성이 차단됐을 뿐 아니라 시술 편의성도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현재 세계 최대 톡신 시장인 미국 진출을 위해 FDA 품목허가 신청을 준비중이며 일본 톡신 시장에서 현지 임상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 동시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2월 파리에서 열린 국제미용성형학회 공개된 신규 보툴리눔 톡신 파이프라인인 ‘PF30’과 ‘MT951’도 주목받고 있다. ‘PF30’은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을 사전충전형 주사기라고도 불리는 프리필드시린지(PFS) 형태로 업그레이드한 제품으로 시술 편의성과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다. 희석을 거쳐 주사기에 담는 과정이 생략된 만큼 기존 동결건조형 제품 대비 시술 편의성과 정확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MT951’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개발하고 있는 차세대 톡신 제제로 메디톡스가 수십년간 축적한 R&D 역량을 결집한 파이프라인이다. 비임상에서 타사 톡신 제제 대비 약 30% 긴 지속 효과를 보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 지속형 톡신 제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스의 신규 라인업 ‘PF30’과 ‘MT951’은 기존 제품들과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어 향후 톡신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이같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파이프라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