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보고서/자료=코빗 리서치센터

미국 월가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USDC 발행사인 서클(Circle)이 기업공개 절차에 착수하는 등 스테이블코인 시장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국내에선 유력 대선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공약으로 내놨고, 스테이블코인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한국은행은 '예금토큰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연계'를 검토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주요 은행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업 뿐 아니라, 레거시 금융사들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국내서도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법제화해 결제 시스템 변화에 대응하고 원화 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경제성장위원회 업비트 라운지에서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 대표들과 김재진 닥사 상임부회장 등은 스테이블코인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논의도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측에서는 '비트코인 전략 비축' 등 이슈를 띄우며 크립토 전략을 주도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26일 발간된 ‘스테이블코인 시대,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단순한 ‘디지털 달러’를 넘어, 실물 경제 및 전통 금융과 연결된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진화 중”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허용된 범위 내에서의 신중한 도입이 아니라 실사용 기반의 테스트베드 구축과 제도 유연성 확보를 통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급박한 전개는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 관련 주도권을 쥐고 세계 금융을 재편하려는 데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미국 의회가 지난 19일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는 첫 가상화폐 관련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를 통과시키면서 스테이블 코인이 본격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지니어스 액트'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담보 요건을 강화하고 자금세탁방지 법률 준수를 의무화하는 법안으로,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정당한 금융 수단으로서 인정하는 상징적인 규제로 꼽힌다.

기존에는 코인에 적대적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 및 스테이블코인에 친화적으로 돌변한 것도, 가상자산이 미국 국채 및 달러의 가치를 지키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은 본연의 가치를 지탱하기 위해 미 국채를 담보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스테이블코인 세력은 곧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가 된다는 설명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곧 달러 패권을 유지할 수 있는 강력한 원동력인 셈이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스테이블코인과 달러 패권' 보고서를 내고 "미국이 경제 예외주의 및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일차적으로 재정 리스크 관리와 함께 국채 금리의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반기에도 미국 재정수지와 이에 따른 국채 금리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선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가상자산 관련 정책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그동안 한국은행이 추진해 온 CBDC 등과는 결이 다른 만큼 정책을 수렴해 가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을 포함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예금 토큰이 다른 나라의 통화 주권을 침해하는 일이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아고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연구를 꾸준히 이어왔다. 한국은행이 최근 실험 중인 '예금 토큰' 역시 이러한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스테이블코인과는 상반되는 모형이다.

한편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데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 공약들이 업계에 상당히 우호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논의 시 은행 등 자본력을 갖춘 세력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열어주었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