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제작한 AI 이미지. (사진=챗GPT)
2025년 국내 인공지능(AI) 산업은 외형 성장보다 인프라와 제도 정비를 중심으로 한 내실 다지기에 방점이 찍힌 한 해였다.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며 지원을 이어간 가운데, 민간 기업들도 데이터센터·GPU·파운데이션 모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키워나갔다.
■ 딥시크가 쏘아올린 큰 공…AI 경쟁 불 붙였다
올해 초 중국에서 등장한 딥시크는 거대 모델 일변도였던 AI 경쟁 구도에 균열을 내며 국내 산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졌다. 상대적으로 적은 파라미터와 비용으로 특정 작업에서 고성능을 내는 특화형 모델 전략이 검증되면서, 한국에서도 산업·언어·도메인별 특화 AI 연구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 네이버 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은 제조·금융·의료·공공 등 각 산업별로 성능과 비용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중·소형 특화 모델 개발에 나섰다. 대형 초거대 모델을 그대로 수입해 쓰는 방식 대신, 특정 언어·업무에 최적화된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오픈소스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는 평가다.
다만 국내 AI 산업의 발목을 잡은 건 여전히 인프라였다. 글로벌 AI 붐이 이어지면서 고성능 GPU 확보 경쟁이 심화됐고, 국내 기업들은 학습용 GPU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모델 개발·고도화 일정이 지연되는 이중고에 처했다.
다만 하반기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주요 기업들과 회동하면서 일부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본격 합류하면서 GPU 약 26만장을 순차적으로 확보하게 됐고, 현재 초도 물량 약 1만3000개가 대학·연구소·스타트업 등에 배정된 상태다.
■ 'AI 3대 강국' 내건 정부, 전략과 법·제도 정비 '속도'
정부도 AI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정부는 올해 '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고, AI 인프라·파운데이션 모델·데이터 규제 완화를 축으로 한 종합 전략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 차원의 대형 AI 프로젝트인 '국가대표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데이터와 민간 데이터, 그리고 국가 AI 컴퓨팅 자원을 연계해 언어·멀티모달·산업 특화 모델을 공동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AI 모델을 독자적으로 운영·서비스함으로써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법·제도 정비에도 속도를 냈다. 정부는 AI 기술 발전과 위험 관리를 동시에 고려한 'AI 기본법' 제정을 추진, 데이터 활용 규제 완화와 책임·안전 가이드라인 확립에 주력했다. 'AI 기본법'은 알고리즘 투명성, 책임 주체, 고위험 AI 정의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국내 AI 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는 비식별 조치 기준 완화, 공공 데이터 개방 확대, 산업별 데이터 댐·데이터 얼라이언스 구축 등이 논의됐다. 이를 통해 AI 학습·고도화에 필요한 데이터 생태계 기반을 넓힌다는 목표다.
제조업에도 AI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한다. 산업통상부는 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AI 팩토리, 자율주행차, AI 반도체 등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섰다. 핵심 5대 과제는 ▲데이터 활용사업 ▲특화 AI 모델 구축 ▲AI 팩토리 수출 확대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지연 AI 전환 본격화 등이다.
■ 성장통도 만만찮아…내년은 실제 성과 시험대
다만 여러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나타난 전력망 포화, 데이터센터 준공에 대한 지역 주민의 반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준공의 경우 전력·소음·환경 기준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인허가가 연기되거나, 지방 소외 현상과 맞물리며 형평성 논란이 이어졌다.
AI 저작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내에서 출시된 일부 게임의 경우 AI 이미지 활용이 논란이 되며 불매 운동으로 이어졌고, AI로 정교하게 합성한 자료로 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등 안전성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정부는 오는 1월부터 AI 생성물 표시 의무화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올 한 해 국내 AI 산업은 정부의 전략과 민간의 투자 확대를 통해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다졌지만,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체감할 만한 성과와 수익 모델로 이어진 사례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내년은 이러한 성과가 실제 서비스·제품·수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