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빼앗기고 누군가는 빼앗았다. 2025년 한해 동안 카드사들은 '브랜드 제휴 전쟁'을 벌였다. 오래된 파트너십이 깨지고 새로운 제휴가 성사됐다. 2026년에도 제휴 전쟁은 계속될까. 삼성카드와 신한카드, 현대카드의 2025년 '제휴 전쟁'을 돌아봤다.

■ '도약한' 삼성카드

스타벅스 삼성카드/자료=스타벅스

삼성카드에게 2025년은 여러모로 극적인 해였다.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는 취임 첫해 당기순이익 업계 1위에 오르며 왕(신한카드)의 자리를 빼앗았다.

삼성카드의 지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4973억원으로 신한카드를 누르고 1위를 유지했다. 3분기 연체율도 0.93%로 경쟁사 대비 양호한 수준을 이어갔다. 4분기 이익 역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 대표가 신년사에서 밝힌 제휴사와의 협력을 통한 우량 고객 확보 전략도 속도감있게 추진됐다. 스타벅스와 토스, 번개장터 등 내로라하는 제휴사와 협력하면서 회원 수와 자산 규모 또한 확장일로다.

특히 스타벅스와의 제휴 성사는 제휴카드 시장을 재편하는 강력한 시그널이 됐다. 스타벅스가 계약 기간 만료를 계기로 현대카드에서 삼성카드로 파트너십을 바꾸면서, '제휴 대전'이 성사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국내 최대 패션플랫폼인 무신사와의 제휴까지 따내면서 삼성카드가 제대로 흐름을 탔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휴사를 확보하는 것은 마케팅 측면에서 별도의 카드 모집 수수료 없이 우량 고객을 유입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손꼽힌다. 또한 데이터 측면헤서도 '제휴 동맹'은 중요한 축이다. 최근 삼성카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기업정보조회업 본허가를 획득하는 등 기업 데이터의 상업적 활용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

물론 취임 2년 차를 맞는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이 앞으로 삼성카드의 데이터 경쟁력을 어떻게 삼성금융의 통합적 시너지로 연결할 수 있을 지는 과제로 남아있다. 현재 삼성의 금융 통합 플랫폼인 ‘모니모(monimo)’를 축으로 어떻게 디지털 시너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 '긁힌' 신한카드

배민 신한카드 밥친구/자료=신한카드

한해동안 제휴 카드를 가장 폭넓게 확장한 곳은 신한카드다. 2020년 전후로 체결된 주요 제휴 카드들의 계약 만료가 도래하면서 시장 전반이 재편 국면에 들어선 것.

특히 신한카드는 무려 23종의 제휴 카드를 내놓으면서 보폭을 확장했다. 은행계 카드사들은 지주사와의 연계를 바탕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유리한 고지에 놓여 있는 만큼 제휴의 폭도 컸다.

신한카드는 통신, 교육, 유통 등 전방위적으로 제휴를 성사시켰다. GS리테일, 스타필드, 배달의민족, 하이마트, 신세계, 알리페이, LG전자, 세라젬, SK텔레콤, KT와 협업했다. 지난 7월에는 카카오뱅크와 손잡고 ‘카카오뱅크 줍줍 신한카드’를 출시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 최초의 PLCC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휴카드 생태계가 관리의 영역으로 넘어가면서, 소위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카드사들로 제휴처가 이동한 셈이다.

올해 취임한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은 디지털 전환의 특명을 받고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특히 카드업계 내 최대 수준의 신기술투자와 AI 투자에 나서는 등 신한금융지주와 합을 맞추는데 주력했다.

다만 연말 신한카드에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플랫폼 기업으로 향하는 추진 동력에 김이 빠졌다.

신한카드는 최근 전라·충청권 일부 영업소 소속 직원이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맹점 대표자 약 19만명의 개인정보를 무단 유출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내부 통제에 비상이 걸렸다. 실적 1위를 삼성카드에 내어준 것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까지 터지면서 신한카드는 우울하게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 '방향 튼' 현대카드

알파벳 카드/자료=현대카드

"대한항공, 이마트, 현대차...PLCC는 여전히 현대카드가 압도적이다."

몇몇 제휴처를 빼앗기긴 했지만 현대카드에는 여전히 굵직한 제휴 브랜드가 있다. 10여 년 전부터 PLCC 시장을 개척하며 여전히 상당수의 PLCC 카드를 선점하고 있다는 게 현대카드 측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PLCC(사업자표시전용카드) 발급 현황은 2020년 172만3463개, 2024년 316만4639개로 5년 만에 약 2배 늘었다. 제일 먼저 시장에 발을 들인 현대카드의 저력은 여전하다.

올 7월 현대카드는 PLCC 본부장 출신인 조창현 대표를 선임하면서 PLCC 분야에 힘을 주는 듯 했다. 하지만 PLCC 판에 삼성카드와 신한카드가 나서면서 현대카드의 독주체제는 무너졌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현재 현대카드는 PLCC 카드들이 구조 조정을 겪는 가운데 '제휴 대전'에서 한 발 물러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 전략으로 우회하는 모양새다.

지난 9월 출시한 ‘알파벳카드’가 대표적인 예다. 11년 만에 재출시된 알파벳카드는 외식·병원/교육·주유·쇼핑·여행 등 라이프스타일별 특화 할인 구조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PLCC 카드가 제휴 브랜드에 초점이 맞춰진 상품이라면, 알파벳카드는 '개인'에게 관점을 집중한 '초개인화 카드'라는 게 현대카드 측 설명이다.

알파벳카드는 다이닝(D), 홈(H), 오일(O), 쇼핑(S), 트래블(T) 등 라이프스타일별 소비 영역에 특화된 5종의 카드로 구성됐다. 카드 이름에 라이프스타일을 직관적으로 담아, 회원이 자신의 소비 성향에 맞는 카드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한 달 만에 발급 1만장을 넘기는 등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