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와 역대급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전세난이 예고된 가운데, 연 70만이 넘는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의 시장 진입은 주택난의 공포를 키우고 있습니다. 내년도 부동산 시장 가격 전망과 해법을 전문 연구보고서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 편집자주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손기호 기자)
"PF 위기와 공사비 쇼크로 멈춰 섰던 지난 3년, 그 청구서가 2026년 공급 절벽으로 날아오는 것에 대비해야 합니다."
내년 부동산 시장을 관통할 핵심 키워드는 수급 쇼크가 될 전망이다. 고금리와 자재비 급등으로 멈춰 섰던 주택 착공의 여파가 시차를 두고 내년 입주 물량 실종으로 현실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시장의 큰손인 30대 인구는 역대급 규모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꼬일 대로 꼬인 수급 매듭을 풀기 위해서는 "규제가 아닌 획기적인 공급 속도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서울 공급지수 0.48…평년의 절반도 안 되는 수치
29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2026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수급 불균형의 실태에 대해 이처럼 경고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데이터 중 서울의 공급 체력이 없다는 것이다. 2026년 서울의 주택(아파트+비아파트) 준공 물량 지수는 0.48로 추산됐다.
이 지수는 지난 10년(2015~2024년) 평균 공급량을 1로 봤을 때의 상대적 비율이다. 이에 0.48이라는 수치는 내년 서울에 공급될 새집이 평년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파트로 한정해도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지수는 2025년 1.23에서 2026년 0.84로 급락할 전망이다.
전국적으로도 공급 가뭄은 심각하다. 2026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1만1000호에 그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27만8000호) 대비 24% 급감한 수치이며, 장기 평균(36만호)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공급은 인허가에서 입주까지 3~5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며 "2022년부터 금융 비용 급등과 PF 부실 우려로 착공 물량이 급감했는데 그 청구서가 2026년 입주 물량 실종이라는 형태로 날아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주택 준공(예정) 물량 전망 (자료=국토교통부, 주택산업연구원)
■ 74만명 '에코세대' 몰려와…공급 없는데 살 사람 넘쳐
공급이 씨가 마르는 사이 수요 측면에선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고 있다. 소위 '에코붐 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 세대)'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인구 추계 분석에 따르면, 주택 시장 진입의 핵심 연령대인 30세 도달 인구는 증가했다. 2017~2021년 5년간 연평균 67만명이던 30세 도달 인구는 2022년 이후 연평균 74만명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2026년에도 73만7000명이 30세가 된다.
이들은 독립과 결혼을 통해 전월세 시장의 신규 수요로 유입되거나 생애 첫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가장 강력한 실수요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은 끊기는데 살 사람은 쏟아져 나오는 수요 초과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전세난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선 "입주 물량 감소와 비아파트 기피 현상이 맞물려 내년 서울 전셋값이 4.7% 폭등할 것"이라며 "전셋값 상승은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을 유도하고 갭투자를 자극해 결국 집값 전체를 밀어 올리는 불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6년 주택시장 영향 요인 일부. 30세 도달 인구는 2022년 이후 연평균 74만명 수준. (자료=주택산업연구원)
■ 토지거래허가제 등 규제가 매물 씨 말린격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규제가 답이 아니라는 점이 지적됐다. 현행 규제 정책 중 '토지거래허가제' 등의 규제가 공급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을 매수하려면 2년 실거주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문제는 전세 세입자가 있는 경우다. 집주인이 집을 팔고 싶어도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남아있으면 매수자가 규제상 즉시 입주를 할 수 없어서 거래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
이에 보고서는 "매수자의 실거주 의무 시기를 기존 세입자의 계약 종료 시점까지 유예해 줘야 한다"고 했다. 세입자의 거주권도 보장하고 집주인의 매도 퇴로도 열어줘야 매물이 시장에 나와 가격이 안정된다는 논리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는 제도가 오히려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매물까지 꽁꽁 묶어버리는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다주택자가 물건을 내놓고 싶어도 팔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집값이 잡히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해 주는 등 퇴로를 열어줘야 시장에 매물이 풀리고 가격 급등을 막을 수 있다"고 제시했다.
■ 인허가 1년 → 2개월로 단축할 '특별구역' 도입해야
그럼 공급을 늘리기 위한 해결법은 있을까. 주산연은 내년 공급 정책의 핵심 카드로 '주택공급 특별대책지역'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공급 부족이 심각한 지역을 선별해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현재 주택 건설 사업 승인을 위해서는 90여개 관계 기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통상 1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이를 '통합심의위원회'를 통해 2개월 내외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민원을 의식해 인허가를 지연시키는 일을 막기 위해 특별대책지역 내 인허가권은 국토부 장관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방안도 담겼다.
김 연구위원은 "지금 당장 인허가를 서둘러도 입주까지 3년 이상 걸린다"며 "먼 미래의 신도시 지정보다 당장 착공 가능한 사업장의 인허가 기간을 10개월 이상 줄이는 초강수를 둬야 시장에 '곧 집이 공급된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