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아로나민. 사진=일동제약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1897년 국내 첫 제약기업인 동화약방(현 동화약품)이 등장한 이래 130여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생명의 구제'에서 시작된 국내 대다수 제약바이오기업은 10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류의 건강한 삶'을 향한 연구개발에 아낌없이 역량을 쏟아부었고, 그 결과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조'란 '블록버스터 제품' 탄생 신화를 쓰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주요국간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현재, 한국의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들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을 통해 발전을 거듭해 온 것이다. 이에 뷰어스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 토대를 다지고 성장을 견인한 각 기업들의 장수브랜드 발자취를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동제약의 아로나민은 활성 비타민을 바탕으로 한 피로회복 영양제입니다. 1963년 출시 이래 60여 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죠. 지금껏 판매된 아로나민은 100억정이 넘습니다. 긴 쪽 지름이 1.5cm인 아로나민 알약을 한 줄로 길게 늘어뜨린다고 가정하면 약 4만km인 지구 둘레를 네 바퀴 가까이 돌 수 있는 양입니다.

아로나민의 성공 비결은 선구적인 시장 창출과 독창적인 마케팅, 차별화된 제품력에 있습니다. 제품 개발 당시인 1960년대는 우리나라의 경제 사정과 생활상이 열악하던 시기였습니다. 일동제약은 국민 건강과 활력 증진이라는 염원을 담아 영양제 개발에 착수했죠. 특히 고된 노동과 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던 사람들을 위해 일동제약은 비타민 B군을 주성분으로 한 제품을 구상했습니다. 비타민 B는 우리 몸에서 에너지의 생성과 대사, 신경의 작용 및 유지 등에 관여하는 영양소로, 육체피로, 체력저하, 신경통·관절통, 어깨결림 등에 유용하게 작용합니다.

일동제약은 일반형 비타민에 비해 체내 흡수와 조직 이행이 잘 되고, 혈중 지속 시간이 더 긴 활성형 비타민 개발에 몰두, 마침내 독자 기술로 활성 비타민 B1 자체 합성에 성공하게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활성 비타민 B1을 주성분으로 1963년 첫 선을 보인 제품이 바로 ‘아로나민 정’입니다. 당시에도 시중에는 여러 종류의 비타민 영양제들이 출시돼 있었지만, 일반형 비타민 원료 대신 활성형 비타민을 쓴 아로나민은 차별화를 뚜렷이 할 수 있었죠.

현재 아로나민에 들어가는 비타민 B1은 일동제약이 독자 기술로 자체 개발해 생산하는 푸르설티아민(fursultiamine)이라는 활성형 비타민입니다. 푸르설티아민은 뇌세포막 통과가 가능해 신체 조직과 근육은 물론 두뇌로도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동제약의 푸르설티아민 원료는 활성 비타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시장으로도 수출될 만큼 우수한 품질을 자랑합니다.

아로나민 광고 세계 챔피언 김기수. 사진=일동제약

아로나민의 성장에는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과 오랜 기간 쌓아온 브랜드 파워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발매 초기인 1964년, 당시 ‘국민 스포츠’로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프로복싱을 후원하면서 마케팅에 과감하게 활용하는 승부수를 던져 큰 성공을 거뒀죠. 특히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프로복싱 메이저 기구 세계 챔피언을 지낸 김기수 선수(1966~1968년 WBA·WBC 통합 주니어 미들급 세계 챔피언)를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체력은 국력’이라는 슬로건을 절묘하게 곁들인 홍보 전략은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효시로 꼽힙니다.

이후 일동제약은 각종 스포츠 중계 방송 후원과 함께 회사의 이름을 딴 ‘일동 스포츠’라는 TV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아로나민의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더욱 각인시켰습니다. 아로나민 홍보 전략 중 1971년부터 5년여 간 이어진 ‘의지의 한국인’ 광고 캠페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고열 작업자를 시작으로 ▲항공기 조종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건축기사 ▲엔지니어 ▲교향악단 지휘자 ▲열차 기관사 ▲등대지기 ▲도예가 ▲포경선 포수 등 육체와 정신 노동이 집중되는 직업군의 실제 종사자를 광고 모델로 등장시켜 대중들의 공감을 유도하고 근로에 대한 긍지와 ‘하면 된다’는 신념을 불어넣었죠.

‘의지의 한국인 시리즈’는 국내 최초의 캠페인 광고로,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형식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호평을 받았으며 우리나라 광고로는 처음으로 국제 광고제(세계 3대 광고제 중 하나인 일본 ACC CM 페스티벌 국제 부문 1위)에서 당당히 입상하는 등 한국 광고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로나민은 지속적인 제품력 향상과 품목군 확장을 통해 더욱 새롭게 거듭나고 있습니다. 특히, 꼭 필요한 성분을 적정량만큼 담아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건강 증진을 돕는다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품목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사용 목적에 맞게 적절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현재 ‘아로나민 시리즈’는 총 5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타민 B군 4종을 모두 ‘활성형’으로 채운 피로회복제 콘셉트의 아로나민 골드 ▲고함량 비타민 C와 항산화 성분이 보강된 아로나민 씨플러스 ▲활성비타민 3종 등 총 8종의 비타민 B군이 함유된 아로나민 골드 프리미엄 ▲22가지 비타민 및 미네랄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아로나민 실버프리미엄 ▲고함량 비타민 B군 보충제 아로나민 이맥스플러스 등이 출시돼 있죠.

아로나민 시리즈의 각 제품들은 우리 몸의 에너지 생성과 대사, 신경의 작용 및 유지 등에 관여하는 비타민 B군을 중심으로, 각각의 콘셉트에 따라 비타민과 미네랄 등 각종 영양소를 적절히 배분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사진=일동제약

일동제약은 아로나민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가꿔나가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류승룡을 모델로 한 2025년도 아로나민 골드 후속편 TV 광고를 선보이고 본격적인 하반기 마케팅 캠페인에 나섰습니다. 새 광고는 피로회복제이자 의약품(약)으로서 아로나민이 갖는 차별점과 효능ㆍ효과 등 제품 속성을 강조하는 데에 중점을 뒀습니다. 광고 속에서 류승룡은 다양한 직업군의 종사자 역할을 1인 다역으로 유쾌하고 생동감 있게 소화하는 한편, “약이니까 다르지”, “먹은 날과 안 먹은 날의 차이” 등과 같은 핵심 메시지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아로나민은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주관하는 ‘한국산업의 브랜드파워(K-BPI)’ 조사에서 종합영양제 부문 11년 연속 1위(2014년~2024년)를 차지했습니다. 브랜드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대표적 척도인 인지도와 충성도 면에서 아로나민은 줄곧 높은 평가를 얻어왔죠. 특히 활성비타민의 차별성을 앞세워 아로나민의 제품 속성과 효능·효과를 꾸준히 알리는 한편 소비자들의 욕구와 시장 트렌드 등을 반영한 마케팅 전략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입니다.

일동제약은 관계자는 "장수 브랜드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로나민을 처음 개발할 당시 품었던 국민 건강과 활력 증진을 향한 염원을 이어 가는 한편 끈임 없는 연구와 새로운 시 도를 통해 지속 가능한 토대를 다지고 제품력 강화와 신제품 출시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