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LNG터미널 (사진=GS건설)

연료비가 오르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을 “콩값은 오르는데, 두부값은 못 올린다”고 표현한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의 말처럼 치솟는 연료비(LNG)를 감당하면서도 전기요금(소매가)은 정부 통제 아래 묶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 발전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다.

■ 적자의 늪에 빠진 한전···자가 공급 넘보는 대기업

전기를 팔수록 적자라는 한전의 하소연과 달리, 대기업들은 전력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최근 업계는 원자력 민간 투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원전 인수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GS에너지는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과 함께 미국 SMR 기업 뉴스케일파워에 500억원을 전략 투자하며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민간이 전력 사업에 몰리는 이유는 구조 때문이다. 현행 전력거래제도는 가장 비싸게 생산된 전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전력 구매단가를 산정한다. 이로 인해 저비용 발전을 해도 고가 전기 가격을 보장돼 민간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는 고수익 구조다.

■ 같은 전기 만들어도 민간에만 관대한 요금제···실적으로 증명한 위력

발전 공기업은 정산조정계수로 이익의 30~40%를 반납하지만, 민간 사업자는 보정계수를 면제받거나 완화 적용받는다. 같은 전기를 생산해도 민간은 더 벌고, 공공은 덜 받는다.

SKI E&S의 파주천연가스발전소를 운영하는 파주에너지서비스는 2023년 한 해에만 1조95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2020년(9266억 원)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E&S 전체 매출(10조3517억원)의 10%를 차지할 만큼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GS파워의 2023년 매출은 1조5352억원, 영업이익은 2554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37% 급증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82%나 뛰었다.

SK 계열의 나래에너지서비스는 위례신도시와 고덕지구 등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회사로 2023년 매출 1조234억원, 영업이익 1656억원을 올리며 3년 연속 고수익 기조를 이어갔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16%를 웃돌아 독점적 공급구조에 기대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위기 때는 ‘책임 없음’…공공에 떠넘긴 비용 4조원

문제는 위기 상황에서 더 드러난다. 2021~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가격이 폭등하자 민간 발전사는 수입을 줄였다. 그 결과 가스공사가 172만 톤을 대신 수입, 비용은 무려 3조9462억 원에 달했다. 이 손실은 가스요금 인상과 한전의 전력 구매단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국민 부담으로 전가됐다.

정부는 2023년부터 계통한계가격(SMP) 급등을 막기 위해 상한제를 도입했다. SMP는 전력량에 대해 전력거래 시간대별로 적용되는 전력시장가격을 뜻한다. 도매가격이 일정 기준(최근 10년 평균의 1.5배)을 넘을 경우, 인위적으로 가격을 제한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다. 정산조정계수는 여전히 민간에 적용되지 않으며 구조 자체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 한전 싫으면 “빠져나가면 그만”…구조부터 손 봐야

이런 꿀장사를 하다가도 전기요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전력시장 밖으로 탈출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3년 복귀 제한 규정을 도입했지만, 벌금 내고 복귀 가능한 구조여서 실효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전력시장 구조는 민간에게는 확정 수익을 보장하고 공공에는 손실과 책임만 떠넘긴다. 민간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탈출구를 통해 시장을 떠날 수 있는 구조까지 갖췄다. 이제는 전력시장의 새 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