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다국적 제약사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국내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격다. 독과점을 막기 위한 정부의 제도 개선과 시장 성장세를 배경으로 국산화 움직임이 가속화 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지난달 3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세계 최초 반려견용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펫(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엔블로펫은 대웅제약이 개발한 SGLT-2 억제제 계열 인체용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정’을 반려동물에게 적합한 용량으로 재구성해 개발한 것으로 동물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 3상에서 투여한 반려견의 73.3%에서 혈당지표인 프럭토사민 수치가 감소했다. 60%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

반려견의 당뇨병은 사람의 제1형 당뇨병과 유사해 인슐린 투여 없이는 관리가 어렵다. 특히 인슐린이 부족하면 케톤산증, 과도하면 저혈당 쇼크로 이어질 수 있어 치료 과정에서 안정성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엔블로펫은 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인슐린 의존도를 낮춰 위험을 줄이고 안정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하도록 돕는 병용 치료제로서 의미가 크다. 또 투약 후 인슐린 요구량이 점차 증가하는 기존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며 질환 악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한양행은 2011년부터 반려동물 관절염 치료제 ‘프로모션 420’을 출시하며 일찌감치 반려동물 시장에 뛰어들었다. 2021년에는 반려견 치매 치료제 '제다큐어'와 2023년 반려동물 골관절염 주사제 '애니콘주'를 출시하면서 반려견 치료제 라인업을 구축했다. 동국제약은 2021년 동물용 의약품 제조·판매를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고 지난해 반려견 치주질환 치료제 '캐니돌'을 출시했다. 캐니돌은 동국제약 대표 제품인 잇몸약 '인사돌'의 주성분인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과 '후박추출물'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항암면역치료제 전문기업인 박셀바이오는 세계 최초 반려견 전용 면역항암 보조제 '박스루킨-15' 후속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 박스루킨-15의 적응증을 유선종양에 이어 림프종으로 확대했다. HK이노엔은 반려동물 아토피 치료제 IN-115314의 임상 3상을 진행중이다. IN-115314는 세포 내 신호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야누스 키나제-1(Janus Kinase-1, 이하 JAK-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의 신약 물질이다. 국내에서 JAK-1 억제 기전을 이용해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를 대상으로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은 HK이노엔이 유일하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반려동물 치료제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사업 규모는 2022년 8조원을 기록했으며 연평균 14.5%에 성장해 2027년에는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려동물 연관 시장 규모의 경우 3781억달러(532조원)로 연평균 7.5%씩 성장해 오는 2032년에는 7804억달러(1098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정부의 제도 개선도 한 몫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동물약품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신약 허가 기술검토를 전담하는 동물용 신약 전담 심사팀을 만들어 동물약품 업계의 신약 개발과 허가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허가 건수가 평년보다 훨씬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제도 개선까지 이뤄지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앞다퉈 반려동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다양한 품목의 시장에 진출하는 국내 제약사들이 늘어날 전망”이라며 “아직까지 외국계 제약사 점유율이 높지만 국산 치료제의 입지가 저차 개선되고 있는 만큼 큰 성장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