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기자본 8조원이라는 ‘허들’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의 전유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 분위기도 새로운 후보의 등장으로 환기되는 중이다. 한발 늦은 출발인 만큼 더 치열하고 뛰는 NH투자증권이 IMA 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지주와 소통부터 이사회 설득까지, 인가 획득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윤병운 사장에게 직접 물었다.
(사진=윤병운 NH투자증권 사장)
■ “2년 간 손 놓고 있을 수 있나”
지난해 말 기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7조4000억원. NH투자증권은 IMA(자기자본 8조원) 신청을 위해 부족한 자금 마련을 위해 농협지주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일각에선 이로 인한 주가 충격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윤 사장은 “2년 간 손을 놓고 있기보단 자본 확충 시기를 조금 앞당기는 것이 실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자기자본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와 영역이 재편되는 현재의 자본시장에서 IMA는 초대형사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점임을 감안할 때 1차 인가 획득을 통해 얻게 되는 실익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사장은 자본 확충과 관련해 “2027년 말~2028년 예정된 2차 인가 신청을 위한 자기자본 기준 시기가 올해 연말임을 감안할 때 증자 시기를 수개월 당겼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첫 IMA 사업자 선정 이후 내년부터 IMA 지정요건을 강화한다는 금융당국의 방침과 경쟁사들에게 2년 간 빼앗길 선점효과를 감안한다면 1차 인가 신청을 시도하는 것이 실리적이라는 계산은 어렵지 않게 나온다.
최근 유상증자 소식이 시장에는 서프라이즈였지만 지주와 교감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개월 전이다. 윤 사장은 “올해 4월 당국에서 IMA에 대한 방침 등을 본격적으로 발표한 이후부터 지주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왔다”며 “저희의 특성상 배당 등 구조적인 한계들이 있었지만 NH금융지주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유상증자에 대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빠르게 내려지면서 신사업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이후 진행된 이사회 설득작업 등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최근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의 이익 침해 등이 화두가 되는 상황에서 유상증자에 대해 민감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이 과정에서 난상토론을 거치며 설득한 것 역시 윤 사장이다. 그만큼 윤 사장이 IMA를 통해 창출 가능한 성장 가능성과 중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는 데 확신을 갖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윤 사장은 IMA를 “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상당히 좋은 상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리테일 고객을 많이 확보해 이를 바탕으로 크로스 셀링을 포함해 다양한 시너지 임팩트를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한 상품인 만큼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확보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에게도 그 효익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리테일 시장 확장 전략을 꾀하고 있는 NH투자증권 입장에서 IMA는 승부수를 띄워볼 만한 ‘히든카드’격이다. 윤 사장은 취임 이후 리테일 경쟁력 확대를 진두지휘하며 다양한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 원금보장형 상품인 IMA를 통해 기존 은행의 고객층까지 흡수하게 된다면 신규 고객 유치 전략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 금융지주 계열 ‘안정성’에 모험자본 투자 ‘노하우’ 더하면?
일각에서는 NH투자증권이 IMA를 획득할 경우 상당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장 먼저 꼽히는 포인트는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라는 점이다. IMA는 증권사가 원금지급 의무를 갖는 동시에 고객들에게 투자 이익을 분배해주는 상품이다. 단,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증권사가 부도 등 신용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원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현재 AA+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AA) 보다 한단계 높다. 아울러 단일 증권사인 두 회사 대비 NH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라는 ‘지원군’이 있다는 점은 안정성을 부각시켜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IMA가 원금보장은 물론 추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품이라는 점은 NH투자증권이 운용 성과를 통해 경쟁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발행어음 및 IMA로 조달한 금액의 25%(2028년 기준)를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했다. 즉, 증권사들이 안정성은 물론 운용 능력으로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의미다.
NH투자증권은 현재 주식발행시장(ECM)과 부채발행시장(DCM)을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리그테이블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당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발행어음과 달리 IMA는 자금을 장기로 조달할 수 있어 IB 역량을 활용해 양질의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병운 사장은 “모험자본 투자 역시 딜 소싱 능력과 리스크 매니지먼트 등이 중요한 영역”이라며 “그동안 당사의 다양한 딜 경험, 관리 시스템 등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경쟁력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