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리츠 금융)

증시 호황과 배당 세율 완화 논의에 최근 증권·금융주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그럴수록 메리츠금융지주를 손에 쥔 주주들은 답답합니다. 주주환원 모범생으로 무섭게 올랐던 작년과 달리 올해 주가는 긴 잠에서 깨어날 줄 모릅니다. 강력한 주주환원에도 불구하고 왜 메리츠금융지주만은 제자리 걸음일까요.

■ 시장·금융주 동반 상승에 나홀로 뒤쳐진 '메리츠'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7개월간 국내 증시는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4221.87을 달성해 신고점을 경신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미국 상호관세가 발효되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던 올해 4월 9일 종가(2293.70)에 비하면 84% 오른 수준입니다. 최근 반락하며 일부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10일 종가 기준 4073.24로 여전히 4000선을 상회합니다.

같은 기간 금융주도 시장 호황에 편승했습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기존 35%에서 25%로 하향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상승에 재시동을 거는 모습입니다.

10일 종가 기준 KRX 증권(1608.32), KRX 보험 지수(1606.73)는 각각 229.03%, 170.27%로 2배 이상 올랐습니다. KRX 300 금융지수(1641.59)도 72.76% 상승입니다. 4대 금융지주인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 우리금융지주 주가도 각각 최저점 대비 각각 84.29%, 81.95%, 80.73%, 70.46% 상승하며 대부분 지수를 웃돕니다.

유독 메리츠금융지주만이 금융주 랠리에 타지 못하고 있습니다. 10일 종가 11만8200원으로 9.65%(4월9일 대비) 상승에 그칩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시장 수익률 대비 언더퍼폼 상황은 증권·보험 지수나 타 지주사 상승률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작년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 반감되는 주주환원 매력…홈플러스 채권·수급도 발목

올해와 달리 지난해는 그야말로 메리츠의 해였습니다. 당시 메리츠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흡수합병해 메리츠금융지주로 통합하며 주가가 두 배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다수의 기업들이 핵심 자회사를 분할 상장하던 당시 흐름과 완전히 대비되는 행보였었지요.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에 활용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까지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앞다퉈 사던 주식이었습니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메리츠 주가는 연초 5만8800원에서 연말 10만4000원으로 76.87%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0.13% 하락했단 점을 감안한다면 더 돋보이는 상승세였습니다.

올해는 이러한 주주환원책 효과가 먹히지 않습니다. 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지난 8월 21일 12만8900원(종가 기준)까지 오르는 등 반짝했지만, 한달새 다시 11만원대로 내려왔습니다.

무엇보다 정부 주도의 주주환원 강화 정책에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자 상대적으로 메리츠 매력이 떨어진 것으로 읽힙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가 주주환원 정책발 강세의 주인공으로 꼽히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역설적으로 더 개선할 부분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을 합니다. 주주환원을 작년부터 앞서 하다보니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고, 이에 타사의 주주환원발 랠리에 동참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김남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에 대해 "주주환원에 앞서 있던 메리츠금융은 밸류에이션에 이런 부분이 선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그 이상의 추가 성장 여력, 차별화된 주주정책을 보여줘야만 주가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합니다.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홈플러스 채권 불확실성도 걸림돌입니다. 메리츠는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약 1조2000억원을 빌려줬지만, 현재까지 회수된 건 2500억원 정도입니다. 여전히 9500억원의 빚이 남았습니다. 자금을 빌려주면서 홈플러스 점포 62곳의 1순위 수익권을 담보로 잡았으니 돈을 떼일 가능성은 물론 낮습니다. 다만 아무리 담보가 확실해도 남은 채권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김 대표는 "담보 여력이 충분해도 이슈로 인한 노이즈가 지속되면서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며 "해당 이슈가 깔끔하게 해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어 하렉스인포텍, 스노마드 등 최근 홈플러스 인수 후보로 나선 곳들에 대해서도 "지금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자본금이나 회사 규모가 작아 유효한 입찰자가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수급 이슈도 메리츠금융의 주가 횡보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정태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도주 매수 자금을 마련하려고 밸류가 높은 메리츠부터 매도한 것으로 안다"며 "반도체가 약세를 보이는 등 수급 쏠림이 완화되면 (메리츠)주가 상승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전해왔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은 지난 4월 9일부터 10일까지 3365억원 규모의 메리츠 주식을 던졌습니다.

한편 일각에선 메리츠만의 주주환원 정책이 진가를 드러내며 다시금 시장 이목이 집중될 것이란 기대도 있습니다. 정 애널리스트는 "전공의 복귀 등 의료정상화로 보험금 예실차가 확대되며 장기보험 손익이 부진하고,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 보험 실적도 악화되는 상황"이라며 "보험업계 실적이 앞으로도 크게 개선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메리츠금융지주만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는 이어 "여태껏 주주환원을 잘 해왔다는 점에서 3분기 실적발표(14일)시 장기계획이 공개된다면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