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지자체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걸림돌 해소에 나섰다. 서울시 오세훈 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 김윤덕 후보자 모두 공급 확대를 위해 정비사업 개선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추진 전략에서는 서로 중점이 엇갈리고 있다. 오 시장은 속도, 김 후보자는 공공성을 강조했다. 서로 중시하는 사업 방향과 접근법이 다른 가운데, 양축 모두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공급 확대를 위해서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현실적 금융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사진=연합)
■ 속도전 vs 공공성, 엇갈린 정비사업 시각
지난 24일 서울 중구 신당9구역에서 오세훈 시장은 행정간소화를 통해 정비사업 소요기간을 단축하는 '주택 공급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평균 18년6개월 정도 걸리던 재건축·재개발 기간을 13년으로 단축해 입주 시기를 5년 이상 앞당기는 속도 전략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 설립, 인허가 절차 전반을 간소화하며 병행 추진하는 체계를 구축해 사업기간을 효과적으로 단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처리 기한제 도입, 공정촉진책임관과 갈등관리책임관 지정, 신속통합기획 제도 도입 등을 내세웠다.
반면, 지난 15일 김윤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출근길에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공공성 강화 원칙을 내세우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유지하되,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공공과 민간의 이익을 균형있게 살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재건축으로 인한 과도한 이익이 공공을 위해 환원돼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과 여당의 기조를 계승하는 흐름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개선안은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 기간 단축을 내세운 오 시장의 속도전과 재건축 이익 공공 환원을 강조하는 김 후보자의 공공성 강화로 방향이 갈렸다. 정비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시선이 갈리며 공급 확대가 신속히 이뤄질지 염려되는 부분이다.
또한 양측 모두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 않았다.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6·27 대출규제로 인해 자금 조달 난이도가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자금난은 건설 시공사가 높은 리스크를 우려해 착공을 미루는 원인이 된다.
공급확대 방안에 대해 발언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
■ 자금 조달 해법부터 마련해야
재건축 정비사업은 조합 설립 이전부터 분양까지 자금 확보가 사업 성패를 결정한다.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운영비, 사업성 검토 용역비 등 초기 비용을 감당할 선도 투자자가 필요하다. 이후 조합 설립,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거쳐 착공에 이르기까지 신탁사, PF 자금 등이 동원된다. 마지막 분양 단계에서는 일반분양 수요자와 함께 입주할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도 필요하다.
이처럼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주체의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지속돼 자금 조달 난이도가 상승했다, 게다가 6·27대책 발표 후 금융규제가 시행되며 이주비·중도금·분담금 대출이 어려워져 자금 조달난이 한층 더 심화됐다.
그러나 서울시와 정부의 정비사업 추진안에는 이러한 자금난 해소 관련 내용이 부족하다. 오 시장의 '주택 공급 촉진 방안'에는 브릿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정비계획 수립비 지원이 포함돼있으나, 구역당 약 5000만원 규모로 초기 자금난 해소에는 다소 부족한 수준이다.
김 후보자가 내세운 재초환 유지는 오히려 사업 후반 수익성을 악화해 정비사업이 지연·무산될 위험성을 높인다는 우려가 나온다. 초과이익 환수를 위해 분담금을 추가로 납부해야한다면, 조합원 부담이 커지며 납부 지연 또는 사업 참여 거부 등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련 연구기관도 이러한 자금 조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부동산시장 현안 대응을 위한 릴레이 세미나'에서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서 자금조달 구조가 취약하면, 시공사가 사업 수주를 기피하고 사업 지연 현상이 심화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주택담보대출 안내문. (사진=연합)
■ 민간주도 공급 위해 재초환 폐지·대출규제 완화 필요
결국 오 시장표 행정 간소화나 김 후보자표 공공성 강화 방식에는 현재 정비사업의 자금 조달달난을 해결하기에 충분한 금융 대책이 갖춰지지 못한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공급 확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정비사업에 충분한 자금조달이 이뤄지려면 공공주체간 협력강화와 금융관련 규제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지자체와 정부의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갖고 따로 놀고 있다"며 "컨트롤 타워나 TF를 구성해 유기적으로 공급정책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서울시의 공급방안은 지자체 특성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고, 김 후보자를 비롯한 정부의 공공성 중심 방향은 공급확대와 역행하는 것"이라며 "민간주도 공급을 돕기 위해 재초환 폐지와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