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사진=롯데케미칼)
■ 탄소중립 전환 제시했지만…투자·지원 빠진 5개년 계획
정부가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장치산업의 탄소중립 전환과 글로벌 규제 대응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수소환원제철, 전기로 확대, 바이오 원료 전환 등 장기 전략이 담겼지만 정작 구체적인 투자와 지원 방안은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부진한 업황 속에 생존을 고민하는 철강·석유화학이 정부 계획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은 곳곳에서 경고등이 울린다. 최근 여천NCC가 부도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났고, LG화학·롯데케미칼은 적자에 시달리다 일부 공장 가동을 멈췄다. 중국산 공세로 고전하는 철강·2차전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RE100 산업단지와 탄소중립형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해법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태양광·풍력만으로 대규모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리기는 어렵고 재생에너지 단가도 여전히 높다. 수소 기반 공정, 탄소 포집·저장(CCUS), AI 스마트팩토리 등 ‘기후테크’ 산업은 상용화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는 장기 과제다.
■ EU·미국 ‘규제-지원 균형’…한국 기업만 맨손 대응
EU는 ‘그린딜 산업계획’을 통해 전략 산업에 직접 보조금과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며 규제-지원 균형을 맞춘다. 미국 IRA 역시 10년 이상 예측 가능한 보조금과 인프라 지원을 통해 기업의 장기 투자 결정을 유도한다. 글로벌 경쟁국은 정부 지원으로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만 맨손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부는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 발표를 앞두고 업계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유도하고 무임승차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설비 폐쇄·매각, 합작법인 설립, 신사업 M&A 등 구조조정 방식에 따라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되, 변화에 나서지 않는 기업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기업 간 반응은 미묘하게 갈린다. 수소·태양광 등에서 기회를 찾으며 정부 정책에 편승하는 기업은 기회를 얻은 반면 석유화학 중심 기업은 전환 비용만 떠안는 구조일 수 있다. 정부가 비용 분담 모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산업계의 협력 여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선언만으로는 부족…비용 분담 해법 생존 좌우
탄소중립과 산업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의 5개년 계획은 선언적 구호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선언하고, 기업은 비용을 감당하라는 구조라면 한국 산업은 글로벌 규제에 치이고 투자 부담에 짓눌려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의 투자 축소와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냉철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