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들어선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외관. 지난 3일 프리오픈 첫날, 입구 앞에 방문객과 안내 인력이 모여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지난 3일, 파주 운정 아파트 단지 사이 도로를 따라가자 힐스테이트 더 운정 중앙부 한가운데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스타필드’ 간판 아래로 유모차를 밀고 들어가는 부모와 동네 산책에 나선 가족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정식 그랜드 오픈(5일)을 이틀 앞둔 평일 오전이었지만 이미 이곳은 단지 주민들의 동선이 자연스레 모이는 새로운 생활 중심지처럼 보였다.

정문을 통과하자 1층 중앙에 책장과 라운지가 어우러진 큰 홀과 계단형 좌석이 시야를 채웠다. 위로 뻗은 높은 층고 아래 아이들은 풍선과 캐릭터 조형물 앞에서 연신 사진을 찍었고 부모들은 라운지 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골랐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주변에는 유모차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복합쇼핑몰이지만 한 바퀴 돌아보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머무는 공간”이라는 의도가 분명하게 읽혔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은 스타필드가 처음 선보이는 로컬 리테일 브랜드의 1호점이다. 대형 외곽 몰이 아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온 도보 생활권형 매장이다. 운정신도시에는 파주시 인구의 절반이 넘는 20만명대 주민이 살고 초·중·고가 밀집해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육아 가구 비중이 높다. 이런 배경을 겨냥해 “걸어서 만나는 스타필드”, 이른바 ‘슬리퍼 생활권(슬세권) 패밀리 몰’을 표방하고 있다.

■ 동네 일상 채우는 ‘패밀리 몰’ 구상

도심 속 서재 콘셉트로 꾸며진 센트럴 공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머물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사진=내미림 기자)

브랜드 구성은 패밀리·로컬 특성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 1층과 2층은 복층형 서가와 라운지가 있는 ‘센트럴 파드’ & ‘북스테어’ 공간으로 꾸며졌고 옆에는 카페까지 연결돼 있어 부모와 아이 모두 머무를 수 있는 휴식형 구조가 완성됐다. 3층과 4층에는 곡선형 놀이벽과 실내 체험 공간 ‘업스테어’가 마련돼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며 옥상 정원까지 포함해 계절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구성됐다. 오감형 놀이·키즈클래스 째깍다감과 키즈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시설 챔피언더블랙벨트는 아이들 하루에 활력을 더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이다.

도심 속 아쿠아리움 카페 어푸어푸에서는 다양한 해양 생물과 파충류를 관찰할 수 있는 이색 체험을 제공한다. 내년 초에는 국내 최초로 크레욜라 본사 IP를 활용한 아트 체험형 키즈 엔터테인먼트 크레욜라 익스피리언스도 오픈한다. 스타필드만의 오리지널 키즈 라이브러리 별마당 키즈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독서와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원형 구조의 열린 공간으로 조성했다. 취향 공유 플랫폼 클래스콕은 엄마·아빠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클래스들을 운영한다.

또한 파주에서 처음으로 들어서는 브랜드가 전체 입점 매장의 약 60% 이상을 차지해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생활 공간’이라는 기획 의도가 뚜렷하다. 프리 오픈 첫날 만난 30대 엄마는 “어린이집 끝나고 바로 올 수 있어 좋아요. 예전엔 주말에 큰 몰 가려면 반나절이었는데 여기선 한 시간이면 충분”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와 들렀다는 40대 아빠는 “정식 오픈 전인데도 벌써 동네 광장 같다”며 “다만 주차만 편해지면 더 자주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핑 → 식사 → 여가 → 돌봄’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한 지붕 안에 겹쳐 넣은 이 공간은 단순한 소비 공간이 아니라 파주 운정 주민의 ‘새 일상 패턴’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실제 운영사도 이 점을 “하루의 시작부터 밤까지 지역 주민의 일상 속 모든 경험을 담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허브”라고 설명했다.

■ 도보 접근성은 좋지만…차를 찾는 데 ‘스타필드답지 않은 혼란’

주차 자체는 수월했다. 스타필드는 넉넉한 주차 공간을 강점으로 해온 브랜드답게 자리도 여유 있었다. 다만 문제는 차를 찾는 과정이었다. 구역이 넓고 층간 구조가 복잡해 초행 고객은 금세 방향 감각을 잃기 쉬웠다. 기자 역시 주차 동선 구역을 헤맸다. 현장 안내요원에게 위치를 물어도 “정확히는 잘…”, “저도 첫날이라 모르겠어요” 등 뚜렷한 안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주차 동선에 대한 근무 인력의 숙지 부족이 가장 큰 난점으로 보였다.

스타필드가 가족 단위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온 만큼 아이 손을 잡고 유모차를 끌고 이동하는 부모에게 이 같은 혼란은 불편을 키울 수 있다. 브랜드의 대표 장점으로 꼽혀온 ‘주차 편의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내 체계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번 1호점을 시작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 중심부에 스타필드 빌리지를 지속적으로 오픈할 계획이다. 상권 맞춤형으로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것들을 담아낸 커뮤니티형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박선제 신세계프라퍼티 커뮤니케이션 부장은 “스타필드 빌리지는 기존 스타필드의 대형 교외형 모델과 달리 우리 동네 안으로 들어가는 생활권형 공간”이라며 “지역 주민의 니즈를 반영하기 위해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파주 운정처럼 젊은 가족 비중이 높은 지역에 꼭 필요한 기능을 담아낼 것”이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커뮤니티형 모델을 확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