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사진=연합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홈플러스 임직원 및 이해 관계자분들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의원님 말씀 새겨듣겠습니다....제가 관여하는 부분의 내용이 아닙니다."
홈플러스 사태로 또 한번 도마에 오른 MBK파트너스의 김병주(마이클 병주 김) 회장은 국회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나와 앞서 약속한 사재 출연에 대해 어떠한 구체안도 내놓지 않았다. 그저 알맹이 없는 사과만 되풀이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에 MBK파트너스의 김병주 회장이 직접 출석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과 홈플러스 임직원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향후 운용 이익 일부를 활용해 홈플러스에 최대 2000억원을 증여하겠다고 한 발표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롯데카드 간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 및 홈플러스 기업 회생 절차 과정에서 발생한 납품업체 피해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13일 롯데카드가 국회 정무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5년간 MBK파트너스 계열사에 약 1400억원의 신용공여(대출지원)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생 절차에 착수한 홈플러스에 신용공여의 절반이 몰리면서 MBK가 롯데카드를 그룹의 자금줄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MBK는 2022년 신용등급 하락으로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이 악화하자 기존 거래처였던 현대카드와 신한카드 대신 계열 금융사인 롯데카드와 새로운 계약을 맺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카드는 ‘구매전용카드’ 형태로 단기 자금을 제공하는 구조를 새로 도입했다. 홈플러스가 협력업체 대금을 구매전용카드로 결제하고 일정 기간 후 상환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외상거래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MBK가 외부 차입 대신 계열 금융사인 롯데카드를 동원해 내부에서 자금을 돌리는 구조를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롯데카드는 대주주 신용공여 비율이 크게 늘어나면서 재무지표가 악화됐다.
정무위 의원들은 MBK파트너스가 국내 주요 산업을 몸값을 불려 팔아넘기는 레버리지 바이아웃(LBO)을 반복해 왔다고 지적했다. 의원들은 MBK가 국내 산업을 먹튀하고 있다며,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에 대해 향후 입국금지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정위나 금융당국에서 지금처럼 적당히 MBK 사안을 처리하고 만만하게 보이면 먹튀 행각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정부 당국에서 극약처방을 내려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이 미국 국적자인 만큼 유승준씨처럼 출국금지나 입국금지와 같은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준현 의원은 "MBK는 홈플러스 사태의 본질은 국내 산업 먹튀"라면서 "2018년도 ING생명, 2019년도 웅진코웨이, 2021년도 두산공작기계 등에서 1조원 이상 차익을 냈다" 면서 "향후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 전략 산업이 넘어가 버리면 홈플러스처럼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MBK가 한국 경제에서 누렸던 수익에 대한 책임이 상당히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책임의 중대성을 반영해서 위법 행위에 대한 엄정한 제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