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자기 논에 만 물을 준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 하여, 자국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며, 치열한 두뇌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APEC은 1989년 출범했으며, 본부 사무국은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그 주요 목표는 첫째, APEC 회원국간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낮추고, 재화와 서비스,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며, 둘째, APEC 회원국 간 기술 격차를 줄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기술과 경험을 공유하는 데 있다.
특히, APEC은 경제 현안 중심의 협의체제로서 전세계 인구의 약 37%, GDP의 약 61%, 교역량의 약 49%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이다. 의사결정은 컨센서스 방식에 따르며, 비구속적(non-binding) 이행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회원의 자발적 참여 또는 이행을 중시하고 있다.
APEC의 방향성은 '보고르 목표(Bogor Goals, 1994)'와 '푸트라자야 비전 2040(Putrajaya Vision 2040, 2020)'의 이정표가 있다. 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과 투자를 실현하기 위한 목표이며, 후자는 보고르 목표를 계승하여 2040년까지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아·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5년 10월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2025 APEC(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 환태평양 연안 국가인 대한민국, 일본, 중국, 홍콩, 타이베이(대만), 러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칠레, 페루 그리고 호주,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가 참석할 예정이다.
2025 APEC은 '지속가능한 내일'(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이라는 주제로 다음의 핵심의제를 표명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 경제의 중심인 인공지능(AI) 기술의 글로벌 협력 및 규제 방안에 관한 논의 둘째,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회복과 재구성에 대한 공동 대안 방안 모색 셋째,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 대응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ESG 경영 등 환경 지속성 관련 이슈 넷째, 고령화, 저출산 문제를 포함한 노동력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공유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무역패권 전쟁은 세계 교역을 혼란의 도가니에 빠트리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2025 APEC 주요 의제가 미국의 관세정책 및 투자유치 요인으로 본래 취지를 희석시킬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미국 중심의 일방적 외교 및 무역통상 정책이 아침, 저녁으로 바뀌고 있으며, 심지어는 외국영화와 외국 제약사의 브랜드 의약품 및 특허 의약품에 대해도 100%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반중국 정서를 설파할 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등 우방국의 무역 및 투자 정책에도 관여하여 그들 국가의 경제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상호주의 관세는 전세계 공급망 혼란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무역수지에 심히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은 미국의 고율관세부과로 전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 무역불균형을 빌미로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은 점차 글로벌 패권 경쟁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전략산업에서의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고율관세정책과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미국 국가부채는 36조 2,200억 달러로 GDP 대비 부채비율이 100%을 넘어섰으며, 연방 정부의 재적자와 높은 이자 비용 그리고 2024년 미국이 달러화 강세와 소비 호조에 따라 수입은 증가했지만, 수출이 3조1916억 달러로 전년보다 1198억 달러(3.9%) 늘었다. 그러나 수입이 4조1100억 달러로 2533억 달러(6.6%) 늘면서 무역수지 적자가 91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1335억 달러(17%) 증가했다.
교역국가별 적자폭은 중국이 2954억 달러로 가장 컸으며, 유럽연합(2356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베트남(1235억 달러), 아일랜드(867억 달러), 독일(848억 달러), 대만(739억 달러), 일본(685억 달러) 순이며, 한국은 660억 달러로 일본에 이어 9번째다. 이는 미국이 관세정책으로 수입을 억제하기 위한 당위성을 제공하고 국가부채를 감소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5 APEC 회의는 트럼프의 가시화된 세계 무역 전쟁과 미중 양국의 대결이 극에 달하여 신냉전 구도 형성이 본격화되는 등 엄중한 국제정세 속에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참석은 거의 확정적이나, 미중 정상회담의 성사 여부는 25 APEC 개최 순간까지 개최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들 정상의 APEC 참석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희토류 정제가공 공정과 중국에 희토류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는데, 희토류 수출 통제는 미국의 방위산업, 반도체 등 핵심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에 따라 대중국 100% 추가 관세부과 및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의 대중국 수출통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궁극적으로 미국의 대중국 100% 추가 관세 시행 시, 미국의 대중국 수입품 관세 최저세율은 기존 30%에서 130%로 인상될 전망이다.
또 중국은 전세계 대두 연간 생산량의 32%인 1억1000만톤을 매년 소비, 그 중 브라질산이 전체 60%, 미국산이 40%를 차지하며 미국은 한해 140억달러 정도의 대두를 중국으로 수출한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대두 수입을 수입금지하며, 수입선을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으로부터 변경하면 미국 대두 농업은 커다란 타격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미중 패권전쟁과 무역전쟁의 현상으로 인해 경주의 2025 APEC 의제는 그 의미가 퇴색될 위기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우리나라와 미국은 고율관세와 투자협상이 한참 진행중이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관세율 인하 조건으로 3,500억달러 선불 미국 투자와 투자수익의 90%는 미국이 회수하고 10%는 한국이 회수하는 불합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행보와 아침, 저녁으로 수시로 바뀌는 외교 및 통상무역 정책은 APEC 각국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의 중심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극우보수주의자들인 MAGA 그룹의 세력에 둘러 쌓여 그들이 추구하는 이념에 속박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간 관세 및 투자 협상이 지연되고 변경되는 이유는 MAGA 그룹과 우리나라 극우집단이 연계하여 한국 정부에 타격을 주기 위한 음모를 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와 불공정한 관세협상과 3500억불 선불투자는 미국에 조공을 바치는 듯한 약탈적 행위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부정적인 신사대주의적 악몽이 회상되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의 저항에 부딪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와 미국 관계에서 관세와 투자관련 등 문제해결을 위한 협상이 고착상태에 빠져 언제 해결될지 모른다. 즉, 우리나라와 미국간의 관계, 미국과 중국간의 관계 그리고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관계 그리고 삼국 모두의 관계를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높은 관세를 부과받을 것인지, 3500억달러를 선불로 투자하여, 투자금을 회수받을 수 없을 것인지, 핵심광물, 조선, 2차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등을 일방적 투자지원할 것인지 등의 문제에 대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4000억달러 정도이며, 가용외환 현금자금이 300억달러 정도 추산되며, 외화안정기금이나 통화스와프로 3500억달러를 선불투자는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경제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 뻔한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관세인하, 투자 등의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협상은 우리나라 투자산업 대한 우위성을 미국에 제공함과 아울러 달러보다 원화투자, 투자금 하향조정 그리고 투자수익금 원만한 회수방안, 전작권 회수 심지어 가능하지는 않지만 미군철수 등의 현안을 강력하게 주장하여 협상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 미국의 중국 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율에 대한 중국의 대두 수입금지와 희토류 수출금지 사이에서 문제를 우리나라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분명 대두와 희토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우리나라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정부가 협상난항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고, 회피목적으로 임시방편 이면합의를 해서는 절대 안되며, 차라리 우리나라 국민 여론과 행동에 맡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2025 APEC에 의제가 기대 목표에 달성할 수 없으며, 선언적 비전만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APEC 회의에서 한국을 중심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국가를 중심 축으로 관세 및 투자관련 논의가 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은 10월 29일부터 1박 2일 APEC 참석 일정을 잡고 있으나, APEC 정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대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APEC 본 회의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참석 주요 의미를 시진핑 주석과의 미중 정상회담과 북한의 김정일과의 북미 판문점 회담에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혼란중에 2025년 APEC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인가가 중요한 사안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21개 참가 회원국의 중재자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또한 미국, 중국과의 삼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협상 노력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국가들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국익을 어떻게 도모해야 하며, 성공적 2025년 APEC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2025 APEC 기간동안 미국, 중국, 우리나라 간에 발생하는 현안에 대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급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주요 의제의 현안만을 채택, 발표하고, 관세완환, 보호무역강화 등 각국들이 해결해야 하는 현안은 각국의 정상들이 회담을 통해 상호간 사전조율을 할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만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2025 APEC 회의는 원래 설립 목적과 의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개최 취지가 큰 성과 없이 끝나게 될 염려가 있다. 이는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의 한 복판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없으면 한미, 미중 등과의 협상은 장기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신냉전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2025 APEC를 통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한국 역사와 문화의 우수성으로 관광 한국의 새로운 모습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AI, 지속 가능한 경제 등에서 국제적 리더십을 확고히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한다.
■이제홍 교수는 조선대학교 대학원장, 경상대학장, 무역학과 교수로서 학문을 연구하고, 30여년간 후학을 양성하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국제e-비즈니스학회장, 한국통상정보학회장, 한국무역학회부회장, 무역금융보험학회 편집위원장 등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무역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고, 한국경제성장의 성장기틀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아 물적, 인적, 기술적, 문화적 글로벌화가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글로벌 제반 담론을 리뷰형식으로 논의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