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10만전자, 50만닉스가 현실이 됐다. 2000선이던 코스피는 불과 넉달만에 4000선을 뚫고 역사적 고점에 올라섰다. 하지만 연일 경신하는 주식시장을 두고 투자자들 고민은 깊다. 현 시점 추가 매수냐, 이익 실현이냐를 두고. 증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어떻게 볼까. 다소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진 지금같은 상승 추세에 무게를 싣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2.57% 오른 4042.83에, 코스닥은 2.22% 오른 902.70에 마감했다.

하나증권은 27일 "유틸리티, 건설, 기계장비 등은 연초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이 증가한 상위 3개 업종이다. 아직 모든 업종에서 외국인 보유 비중이 역사적 최고점을 뛰어넘지 못했다"고 진단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봤다. 업종별로 보면 연초대비 외국인 비중이 늘어난 곳은 유틸리티(6.0%) 건설(4.0%) 기계(2.5%) 반도체(2.2%)를 제외하면 대부분 비슷하거나 비중이 오히려 낮은 상태다. <하단 표 참조>

김두언 애널리스트는 "10월 FOMC에서 25bp 금리인하와 양적 긴축 종료가 예상되면서 유동성에 대한 기대 심리가 이어질 것"이라며 "코스피는 4000선을 넘어 5000선을 향한 여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유동성 확대와 반도체 사이클 확장세가 이어지는 환경에선 주도주를 사는 게 맞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다만 급하게 오른 듯한 국내증시의 현 상황도 경계할 대목이다. 코스피는 불과 넉달 전인 6월 20일 3021.84로 마감하며 3000선에 진입했다. 이후 10월 2일 3549.21(종가) 3500선을 넘기더니 불과 7거래일(거래일 기준)만에 4000선을 돌파한 것이다.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싣더라도 속도조절이 나올만한 지수 레벨 수준이라는 주장이 나올 만한 상황이다.

LS증권은 이에 "속도조절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레벨"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근거로는 ① 코스피의 PBR은1.32배까지 상승,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고점인 1.31배를 상회함에 따라 부담감이 늘어났다는 점, 최근 지수 급등을 주도한 투자주체가 금융투자로, 주로 매수차익거래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정다운 애널리스트는 다만 "유동성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AI 사이클의 지속 가능성 등의 이유로 추세가 훼손되는 그림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렇게 보는 이유로는 실적 컨센서스가 가파른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고, 만일 이익 컨센서스가추가적으로 올라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국내 주식시장 할인율이 축소되는것 만으로도 코스피는 4100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개인자금은 여전히 순매도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지수 하락시 대기 매수자금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때마침 주요 이벤트도 이어지고 있다. APEC 정상회의(10월31~11월1일), FOMC(10/28~10/29), 빅테크실적발표(10/29 장마감후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10/30 장마감후아마존, 애플 등) 등이 예고돼 있다. 정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이벤트에 대해 시장은 우려보다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벤트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 코스피가 4000선을 전후해 보이는 행보 등을 주의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국내 기관들 역시 긍정적인 스탠스다. 반도체 중심의 특정섹터 상승, 외국인 롱자금의 부재, 소극적인 개인들 수급 등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 여력에 무게를 실었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현 시장 상황에 대해 "역사에 없던 증시 상황인데, 과열로 안봤으면 좋겠다. 너무 올랐다기보단 그동안 눌려있던게 비정상적 상황이었다. 지금 4000도 반도체로 올라간 지수다. 지배구조 개선 등 현 정부정책 방향을 감안하면 중장기 증시 흐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증시를 주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상승여력에 대해선 '30% 추가 상승여력이 있다'고 봤다. 이는 현재 두 회사의 이익 추정치에다 미국 등 글로벌 반도체기업 밸류에이션을 감안한 수치다. 강 대표는 "반도체 비중이 지수의 40% 수준임을 감안하면 주가는 실적만으로도 최소 10%는 더 갈 수 있다"면서 "특히 반도체 중심으로 시장이 올랐다보니 다른 섹터의 동반 상승이 더해지면 5000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외국인 수급에 대해서도 "삼전과 하이닉스 외에 다른 섹터는 별로 사지도 못했고, 올해 들어온 외국인은 주로 헤지펀드로 외국계 롱자금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라며 "국내 기관들 역시 최근 6개월 가파른 상승 속에서 추격 매수를 제대로 한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강 대표는 답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 출신의 한 전직 매니저는 "지수는 기업 이익의 함수다. 반도체, 조선, 바이오, 전력주들이 여전히 좋고, 화장품 등 수출업종의 이익 개선 또한 급격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여기에다 금융/증권 등 밸류업 수혜주들 상황을 고려하면 4600선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시장 리드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배당분리 과세와 생산적 금융 정책을 감안하면 금융주의 상승 여력이 있고, 업황이 좋은 기계나 조선쪽 소부장주들도 접근할 만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