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정책에 맞춰 석유화학 부문 사업재편에 공식 시동을 걸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여수국가산단 내 LG화학 여수 1공장 폐쇄와 GS칼텍스와의 합작법인(JV) 설립 등의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19일 LG화학은 산업통상부에 석유화학 부문 구조조정 관련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석유화학 업계에 요구한 NCC(나프타분해설비) 생산 감축인 연간 270만~370만톤 규모 목표에 대응하기 위한 자발적 구조조정 조치다.

LG화학은 이날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이행 및 국내 석유화학 업계 구조개편에 참여하기 위해 사업재편 계획안을 제출했다"며 "제출 여부 외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6일 여수시 LG화학에서 현장점검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말까지 개별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감축, 재편 방안을 담은 구조조정안을 제출하도록 요구해 왔다. 이와 관련 앞서 지난달 26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LG화학 여수산단을 현장 방문하기도 했다. LG화학의 이번 제출로 여수, 울산 등 주요 석화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구조개편 작업은 사실상 막판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LG화학이 여수국가산단 내 GS칼텍스와의 협력을 축으로 재편안을 설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사가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설비가 노후하고 GS칼텍스 NCC와의 물리적 거리가 먼 LG화학 여수 1공장을 우선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LG화학은 현재 여수에서 총 200만t 규모의 NCC 2기인 1공장 120만톤, 2공장 80만톤을, GS칼텍스는 90만톤 규모 NCC 1기를 각각 가동 중이다.

다만 이 같은 구조조정 구상은 어디까지나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예상 시나리오다. 실제 사업재편안 내용은 산업부 심사와 이해관계자 협의 과정을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LG화학이 어떤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충족할지에 따라 여수 산단 내 고용과 지역경제, 납사 수급, 제품 포트폴리오, 경쟁사 대응 전략까지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재편안 제출은 LG화학의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흐름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석유화학 부문에서 수익성이 낮고 탄소 배출 비중이 큰 공정을 정리하는 대신 배터리 소재, 첨단소재, 친환경 소재 등 고부가, 성장 사업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최근 단행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첨단소재사업본부장 김동춘 부사장을 신임 CEO로 선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김동춘 사장은 첨단소재 사업 고수익화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글로벌 고객 확대 등에서 성과를 내온 인물로 평가된다. 업계는 LG화학이 석화 구조조정을 계기로 저수익 석화 자산을 정리하고 김 사장을 중심으로 소재와 친환경, 신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 속도를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