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은숙(사진제공=프로미스 엔터프라이즈)
“나를 너무도 많이 놓아버리고 있었다.”
무대에 발을 내딛은 계은숙의 표정은 회한에 잠겨있는 듯했다. 그러나 37년 만에 쏟아낸 진심은 꼿꼿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15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열린 가수 계은숙의 새 정규앨범 ‘리:버스(Re:Birth)’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는 타이틀곡 ‘길’을 비롯해 ‘헤이맨’ ‘믿어줘’(Trust Me & You) 등 신곡 9곡과 ‘기다리는 여심’ 등 리메이크곡 3곡이 공개됐다. 총 12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은 고국에서 30년여 만에 발표하는 정규앨범으로 계은숙이 그간의 인생을 돌아보며 나직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담겼다.
계윤숙은 팝 오케스트라의 편곡으로 팝적인 느낌을 살린 신곡 ‘길’과 그만의 보컬이 돋보이는 ‘믿어줘’ 무대를 직접 선보였다. 발라드 장르에서 벗어나 강하고 터프한 느낌의 팝 밴드 연주 와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로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계은숙은 오랜만에 무대에 선 소감으로 “송구하고 부끄럽다”면서 “다시 여러분들에게 의지하며 기대고 싶어서 여러분 앞에서 노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데뷔한지 벌써 40년 가까이 됐다. 가수 계은숙이란 사람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항상 혼자였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좋을 때나 슬플 때도 있고, 숨어서 반성하거나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많은 시간 속에서 팬들 앞에서 다시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고 말했다.
오랜 타국생활을 한 그는 “28년이라는 오랜 일본 생활로 국위선양하지 못한 시기에 대해 경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이걸 가슴 안에 품고 있다 보니 중심을 잃고 사회성 없는 사람으로 비쳐지는 모습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게 그냥 지낸 시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프고 힘들었지만 노래 덕분에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계은숙(사진제공=프로미스 엔터프라이즈)
계은숙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다양한 구설수에 휘말렸다. 그는 ‘가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접었었다’면서 “부모님의 말을 거스른 적이 없었다. 근데 재산 문제부터 매니저 문제 등 다양한 고충이 한꺼번에 터지는 바람에 스케줄이 엉망이 됐고, 1억 빚 때문에 재산이 넘어가게 되면서 곤란한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좌절하던 시기에 해선 안 되는 마약을 하게 됐다. 나한텐 설명서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것에 의존해버린 그때의 나 자신에게 화를 내고 싶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그렇지만 그는 스스로를 믿고 노래를 통해 일어섰다. 그는 “부모님의 부재로 인한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팬들 앞에 서서 노래하게 돼 좋다. 팬들과의 스킨십이 유일한 나의 꿈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노래를 통해 열심히 해보고 싶다. 평범하게 팬들과 소통하며 지낼 것이고, 무엇보다 노래를 통해 진정한 내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도 사랑받는 계은숙이 되겠다. 잘못된 부분들은 거침없이 기사를 통해 이끌어달라”고 말했다.
계은숙은 1970년대 말 국내에서 데뷔, MBC ‘10대 가수상’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1982년 일본에서 ‘오사카의 모정’을 발표, 한일 가요계의 스타로 부상했다. 아울러 계은숙은 1988년부터 1994년까지 일본 NHK ‘홍백가합전’에 7회 연속 출연할 만큼 정상급 인기를 누린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