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 로고를 패러디한 유벤투스 보이콧 로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불매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아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다.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불을 지핀 '보이콧 재팬' 여론은 온라인을 통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났다. 어떤 상품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불매를 진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 공유는 지난달 이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가능한 급속한 여론 형성 가능성을 방증하는 지점인 동시에, 무서울 정도로 무분별하고 급속한 휘발성을 우려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9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는 모바일 앱 이용 빈도를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바일 앱의 7월 일활성사용자수(DAU)는 전월보다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양품 역시 전월 대비 44% 가량의 감소 폭을 보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소비자 감소가 온라인스토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적으로 굳건하게 자리잡은 일본 불매운동이 개개인의 자율적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람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더이상 거리에서 일본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거나 제품을 사는 게 눈치보여서가 아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독립적이고도 자의적으로 불매를 이어가는 것이다. (사진=네이버카페 '네일동'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대규모 일본여행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네일동' 운영 중단 사례 역시 다르지 않다. '네일동' 운영자는 지난달 17일 "기나긴 휴면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면서 "일본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후 이달 7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 관광국 관계자는 "6~7월 오사카를 찾은 한국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중순 이후에는 일본 여행대리점을 통한 여행상품 신규 신청이 대거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조용히 다녀 올 수 있는 여행마저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일본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목록 제공 사이트 '노노재팬'의 경우 실생활 속에서 '보이콧 재팬' 여론을 견인하고 있다. 9일 현재 268개에 달하는 일본 기업들이 불매대상으로 지목됐고, 해당 기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들까지 소개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 발을 걸친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갑론을박이 적지 않다.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롯데와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 일본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다이소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불매운동의 이면에는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기준과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다분히 감정적인 불매 운동이 국내 소상공인의 피해를 낳고, 때때로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행보를 규탄하기 위해 시작된 불매운동이 목적보다 수단에 치중한 맹목적 혐오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8일 여권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아베 정부의 행동에 대해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NO 일본'이 아닌 'NO 아베'에 방점을 찍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사진='노노재팬' 사이트 캡처) 일본 불매운동을 통해 '보이콧' 자체가 유행처럼 번지는 세태 역시 양날의 검이다. 지난달 17일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가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치러진 팀 K리그와의 경기에서 호날두를 출전시키지 않은 뒤 확산된 호날두 비판 여론은 온라인 상에서 보이콧 여론으로 번졌다. 호날두 개인은 물론 유벤투스 구단 역시 규탄 대상이 됐고, 이 과정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패러디'한 유벤투스 불매 운동 캠페인 이미지까지 제작됐다. '가지 않습니다' '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유벤투스 불매운동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일본 불매운동을 연상시키는 국내 기업 대상 보이콧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8일 보도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이후 불거진 불매운동 여론이 대표적이다. 윤 회장은 월례회의 중 직원들에게 특정 정치색을 드러낸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한 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여론 일각에서는 "한국콜마가 제조, 납품하는 제품들을 불매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오너 개인의 행보를 기업 불매운동까지 연관짓는 여론은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 세력의 부당한 행보를 규탄하고자 촉발된 보이콧 여론은 공공의 이익과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사소한 사건을 통해 불붙은 집단적 보이콧은 단초가 된 사안의 연관성, 그리고 보이콧을 통한 이뤄낼 수 있는 성과가 관건이다. '무엇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가'가 아닌 '우리는 얼마나 화가 났는가'에 매몰된 보이콧은 어느 순간 허공 속에서 아스러져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다. 조현아와 조현민의 '갑질'이 대한항공 불매운동의 이유가 되지 않듯, 아베 정부의 독선이 일본 기업과 제품을 향한 맹목적 증오로 연결될 수는 없다.

[View기획┃日불매운동⑤-온라인] 일본 불매운동, '양날의 검' 된 온라인 보이콧의 파급력

김동민 기자 승인 2019.08.12 10:00 | 최종 수정 2139.03.25 00:00 의견 0
일본 불매운동 로고를 패러디한 유벤투스 보이콧 로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불매운동 로고를 패러디한 유벤투스 보이콧 로고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 불매운동의 가장 큰 원동력은 다름아닌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다.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불을 지핀 '보이콧 재팬' 여론은 온라인을 통해 구체적 형태로 드러났다. 어떤 상품을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불매를 진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 공유는 지난달 이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러한 현상은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가능한 급속한 여론 형성 가능성을 방증하는 지점인 동시에, 무서울 정도로 무분별하고 급속한 휘발성을 우려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9일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는 모바일 앱 이용 빈도를 파악할 수 있는 모바일인덱스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니클로 모바일 앱의 7월 일활성사용자수(DAU)는 전월보다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양품 역시 전월 대비 44% 가량의 감소 폭을 보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는 소비자 감소가 온라인스토어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게 드러난 셈이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적으로 굳건하게 자리잡은 일본 불매운동이 개개인의 자율적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람들이 일본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이유는 더이상 거리에서 일본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거나 제품을 사는 게 눈치보여서가 아니다. 누가 보지 않더라도 독립적이고도 자의적으로 불매를 이어가는 것이다.

(사진=네이버카페 '네일동' 홈페이지 캡처)
(사진=네이버카페 '네일동' 홈페이지 캡처)

국내 최대규모 일본여행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네일동' 운영 중단 사례 역시 다르지 않다. '네일동' 운영자는 지난달 17일 "기나긴 휴면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면서 "일본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의 마음이 이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배경을 밝혔다. 이후 이달 7일 일본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 관광국 관계자는 "6~7월 오사카를 찾은 한국 관광객 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특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중순 이후에는 일본 여행대리점을 통한 여행상품 신규 신청이 대거 감소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주변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조용히 다녀 올 수 있는 여행마저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일본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목록 제공 사이트 '노노재팬'의 경우 실생활 속에서 '보이콧 재팬' 여론을 견인하고 있다. 9일 현재 268개에 달하는 일본 기업들이 불매대상으로 지목됐고, 해당 기업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외 기업들까지 소개되고 있다. 다만 한국과 일본 양국에 발을 걸친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 갑론을박이 적지 않다. 아시아 지역을 아우르는 롯데와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 일본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다이소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불매운동의 이면에는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기준과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다분히 감정적인 불매 운동이 국내 소상공인의 피해를 낳고, 때때로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 행보를 규탄하기 위해 시작된 불매운동이 목적보다 수단에 치중한 맹목적 혐오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8일 여권을 중심으로 "일본에 대한 거부가 아니라 아베 정부의 행동에 대해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NO 일본'이 아닌 'NO 아베'에 방점을 찍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사진='노노재팬' 사이트 캡처)
(사진='노노재팬' 사이트 캡처)

일본 불매운동을 통해 '보이콧' 자체가 유행처럼 번지는 세태 역시 양날의 검이다. 지난달 17일 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가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치러진 팀 K리그와의 경기에서 호날두를 출전시키지 않은 뒤 확산된 호날두 비판 여론은 온라인 상에서 보이콧 여론으로 번졌다. 호날두 개인은 물론 유벤투스 구단 역시 규탄 대상이 됐고, 이 과정에서 일본 불매운동을 '패러디'한 유벤투스 불매 운동 캠페인 이미지까지 제작됐다. '가지 않습니다' '보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유벤투스 불매운동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지나갔다.

일본 불매운동을 연상시키는 국내 기업 대상 보이콧 움직임도 속속 포착되고 있다. 8일 보도된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부적절한 언행 이후 불거진 불매운동 여론이 대표적이다. 윤 회장은 월례회의 중 직원들에게 특정 정치색을 드러낸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게 한 일로 비판을 받았다. 이에 여론 일각에서는 "한국콜마가 제조, 납품하는 제품들을 불매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불거졌다. 오너 개인의 행보를 기업 불매운동까지 연관짓는 여론은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특정 세력의 부당한 행보를 규탄하고자 촉발된 보이콧 여론은 공공의 이익과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사소한 사건을 통해 불붙은 집단적 보이콧은 단초가 된 사안의 연관성, 그리고 보이콧을 통한 이뤄낼 수 있는 성과가 관건이다. '무엇이 우리를 화나게 하는가'가 아닌 '우리는 얼마나 화가 났는가'에 매몰된 보이콧은 어느 순간 허공 속에서 아스러져 사라져버리기 마련이다. 조현아와 조현민의 '갑질'이 대한항공 불매운동의 이유가 되지 않듯, 아베 정부의 독선이 일본 기업과 제품을 향한 맹목적 증오로 연결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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