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이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이튿날 한화 방산계열사 사장들과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

한화그룹이 지난해부터 이어온 조직 개편과 인사를 마무리하며 ‘김동관 체제’의 경영 구도를 확고히 했다. 방산·조선이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가운데, 향후 관건은 에너지 전환을 중심으로 한 미래 포트폴리오 재편 성과다.

■ 조기 인사로 체제 안정·실행력 강화

한화는 지난해 8월 방산·조선·에너지 계열사를 아우르는 조직 개편을 단행하며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냈다. 올해 8월에는 한화/글로벌· 한화엔진·한화파워시스템·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4개 계열사 대표이사 5명을 교체했고, 지난 28일에는 ㈜한화 건설 부문·한화임팩트 사업 부문·한화세미텍 등 3개 계열사 신임 대표를 내정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2022년 부회장 취임 이후 한화오션 인수를 결정하고, 방산·에너지·우주 등 신성장 사업을 축으로 그룹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솔루션·㈜한화·한화임팩트 등 4개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그룹의 전략과 투자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직을 새로 맡으며 미래 성장전략 설계를 주도하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한화임팩트 사업부문 대표로 내정된 양기원 대표는 한화케미칼·한화솔루션에서 전략기획을 맡아온 인물로 김 부회장의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상과 맞닿아 있다. 미국·유럽 신재생 프로젝트에서 협업 경험이 많아 향후 수소·모빌리티·친환경 사업의 실행력 강화가 기대된다.

■ 방산·조선·에너지 ‘성장성 vs 수익성’ 엇갈림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2년 만에 완연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2022년 매출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6억원이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조7760억원, 영업이익 237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6조4372억원, 영업이익 63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6%, 1355.7%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방산 수출 호조로 실적이 급등했다. 2021년 매출 1조 원 수준이던 회사는 지난해 7조9351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1조7577억원(+210%), 영업이익 1조4252억원(+301%)을 기록했다.

김 부회장이 추진한 글로벌 조선 프로젝트인 미국 필리조선소는 아직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다. DS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은 3분기 매출 8246억원(+29%)이 예상되지만 필리조선소 적자 지속으로 영업이익은 344억원(-43%)에 그칠 전망이다.

■ 방산·조선 호조 속 ‘에너지 전환’ 승부처

한화솔루션 역시 태양광 부문 부진으로 3분기 영업손실 1687억원이 예상된다. 이는 컨센서스(1156억원)를 46% 하회하는 수치로 IRA(인플레이션감축법) 효과 둔화와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한화의 실적은 방산과 조선이 이끌고 있다. 글로벌 방산 수요와 LNG선 발주가 지속되며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에너지 부문은 구조 전환과 투자 확대로 단기 수익성이 낮다. 방산과 조선은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김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여온 에너지 부문은 아직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이번 인사가 미래 성장 동력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