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빌딩과 커넥티드카 일러스트 (사진=현대차, 미드저니 생성)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고삐를 단단히 죄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해 세제혜택 불이익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외교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최근 중국산 부품 전수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 전문가들이 본격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미 정부, 가을 커넥티드카 규제 예고…현대차, 전선 등 부품 협력사 中 수입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이 중국 커넥티드카(스마트카)를 규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최근 현대모비스를 포함해 중국산 부품 사용 관련 전수조사에 나섰다. 커넥티드카는 차량에 인터넷을 연결해 자율주행, 내비게이션, 운전보조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한 규제를 올해 가을쯤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상원 세출위원회 소위에 출석해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은 정말 심각한 사안”이라며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대해 전면 수입 금지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국내 완성차 업계는 미 정부의 세부 규제 방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전장부품을 담당하는 현대모비스와 관계사들을 대상으로 중국산 부품 사용을 조사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부품을 사용하지만, 와이어링 하네스(전기전원공급부품)와 같은 가격이 중요한 부품들은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유라코퍼레이션이나 경신 등이 중국 산둥성 지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 후 국내로 들여와 현대차에 공급하는 형태로 중국산 부품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문역으로 영입한 성 김 전 미국대사 (사진=현대차그룹)
■ 현대차, IRA 탓에 외교 전문가 대거 영입…성 김 전 미국대사 등 ‘미국통’
현대차는 이미 지난해 IRA를 통해 뼈아픈 경험을 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외교 전문가를 대거 영입해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따른 규제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영입한 외교 전문가 면면을 보면 미국 전문가들이 올 1월 자문역으로 영입한 미국 정통 외교 관료 출신의 성 김 전 미국 대사는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는 등 부시, 오바마, 트럼프, 바이든 정부에 이르기까지 핵심 요직을 맡은 인물이다. 미국 내에선 동아시아·한반도 정세 최고 전문가로 신임을 받았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 및 대북정책특별대표(차관보급)에 임명되기도 했다.
현대차는 미국통으로 알려진 우정엽 전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도 영입했다. 우 전 기획관은 현대차 국제정책실(GPO, Global Policy Office) 전무로 합류했다. GPO는 지난해 8월 꾸려진 신설 조직이다.
그는 미국 전문가로서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과 세종연구소에서 일했다. 이후 2022년 12월에는 외교부에서 중장기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직위인 외교전략기획관으로 임명돼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등을 담당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의전비서관을 지낸 김일범 현대차 부사장도 현대차에 합류해 GPO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외교부 출신의 김동조 전 청와대 외신대변인도 상무로 영입했다. 김 상무는 외교부에서 다자통상협력과 의전을 담당했고, 주제네바 대사관 1등 서기관 등을 역임했다. 2016년에는 청와대 외신대변인으로도 활동했다.
■ 미 대선 앞두고 중국산 전기차·태양광 등 관세 폭탄 공약
현대차의 외교 전문가들은 이번 미국의 커넥티드카 규제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에 기여할 전망이다. 이번 현대차그룹의 전수조사도 이러한 내부 외교 전문가의 활동이 가동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미국의 이번 커넥티드카 규제는 미 대선을 앞두고 이뤄진 행보다. 미국 정부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 첨단산업, 전기차, 태양광 등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배터리에 이어 반도체, 태양광, 의료기기 등 중국이 생산을 높이고 있는 전략 산업에 대해 관세를 올렸다. 기존에 25%였던 관세를 전기차, 태양광 전지 등은 각각 100%, 50%로 높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다른 미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산 모든 제품에 최소 60% 관세를 적용한다고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모든 타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10%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커넥티드카라는 개념이 추상적이어서 해석하기 나름이기에 국내 완성차 업계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새로운 정책과 공약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