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철산자이 조감도. (사진=GS건설)

경기 광명시 철산주공8·9단지 재건축 단지인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3804가구)’가 오는 22일 공사비 증액 여부를 두고 운명의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 총회에서 조합은 시공사 GS건설이 요청한 520억원 규모의 추가 공사비를 놓고 찬반 표결을 진행한다.

통과되면 이달 30일로 예정된 입주는 예정대로 이뤄지지만 부결될 경우 수개월 이상 입주 지연이 불가피하다. 조합원들은 막대한 추가 부담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 3차 증액안, 조합원 반발…“17% 인상은 과하다”

GS건설은 지난 2019년 8776억원에 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총 1001억원을 증액했다. 이어 올해 1월, 다시 1032억원을 추가 요청했으나, 경기도 분쟁조정위원회와 광명시의 중재로 현재는 520억원까지 조정된 상태다.

하지만 이번 증액안이 반영될 경우 총 공사비는 1조297억원으로, 당초보다 17.3% 증가하게 된다. 조합원 1인당 평균 5000만원 안팎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면서 “입주를 볼모로 한 압박”이라는 반발도 터져 나왔다.

GS건설 측은 자재비 상승, 설계 변경, 특화 요구 증가 등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철근(43%)과 시멘트(31%)를 비롯한 주요 자재 가격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다. 또한 코로나19와 글로벌 공급망 충격, 전쟁 등 대외 요인도 영향을 미쳤다고 회사 측은 주장한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증액은 한국부동산원의 검증을 거친 공식 산정 결과”라며 “입주 전까지 원만한 협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다른 단지로 번지는 공사비 분쟁…“일방적 증액 요구 관행화 우려”

철산자이 사례는 GS건설이 참여한 다른 정비사업지로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메이플자이’에서는 총 4860억원의 증액 요구 중 일부(788억원)만 수용됐고, 나머지 금액에 대해 조합과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장위자이 레디언트’도 722억원 증액 요구가 서울시 중재로 305억원 수준에서 타협됐다.

일각에서는 “시공사가 수주 당시 저가로 계약을 맺은 뒤,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증액을 요구하는 관행이 만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건설, DL이앤씨 등 다른 대형사들도 수도권 정비사업 현장에서 유사한 갈등을 겪고 있다.

■ “공사비 조정, 절차와 기준 필요”…정책 정비 시급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사비 증액’의 기준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증액 요구는 조합과의 협의 과정에서 투명성과 절차적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며 “증액 기준과 시점,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3월부터 정비사업 표준계약서에 공사비 변동 요인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업계에서는 “과도한 규제로 사업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산자이 사태는 광명시 내 인근 단지인 철산자이브리에르, 광명자이힐스테이트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업계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번 총회에서 증액안이 부결될 경우 철산자이 입주는 최소 3~6개월가량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입주가 미뤄질 경우, 조합원들의 이사·전세 계약, 대출 일정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