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가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지난 14일 국정감사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17일 금융감독원 국감 등 후반전을 앞두고 정무위원회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15일 정무위 국감 일정은 부산국제금융센터 등 '현장시찰'입니다. 통상적으로 '현장 시찰'은 '휴식'의 개념입니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편안하게 쉬지만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60여개 시민단체는 정무위 국감이 열리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조치도 내놓지 않고, 민주당은 서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여야 모두를 맹공했습니다. 부산시민들이 화날 법도 합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십수년 째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까요.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2009년 여의도가 종합금융중심지, 부산 문현지구는 특화금융중심지 선정했고, 2019년에는 전북 금융중심지(유보)까지 '트라이앵글 금융허브' 구상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추진 동력이 최고치를 찍었지만, 탄핵 등으로 정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산업은행 이전 문제도 "실기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불씨를 살린 건 역시 다음 '선거'.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부산 지역의 공약으로 약속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120대 국정과제'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차원에선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담당하는 정무위의 위원장이 되면서, 일부 추진 동력을 얻는가 싶었습니다. 지난 8월 26일 부산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이후 후속 논의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철지난 이야기로 보이는 이유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가슴 뛰는 로드맵이 '기한 만료'되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미래 구상에 더이상 국민들 가슴이 설레지 않습니다. 그때는 블록체인도 AI도, 핀테크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디지털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로 재구성하고 한국의 디지털금융을 유인책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대적인 '재설계' 없이는 야당의 동의도, 전국민의 지지도 어려울 테니까요. 만약 정부 여당이 '큰 그림'을 다시 그릴 생각과 능력이 있다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모범 사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여러 이슈로 진통을 겪기는 하지만, 국제적 명성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부국제는 집행위원장의 공석, 예산 삭감, OTT의 존재감 속에서도 축제를 무사히 마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더해 출범 25주년을 맞은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AI시대에 발맞춘 영화 로케이션 제공 및 최첨단 영상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무엇보다 부국제의 저력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객'에 있습니다. 전국 시네필들은 1년에 열흘 만은 부산을 위해 돈도 시간도 아껴둡니다. 올해 부국제는 예년에 비해 관객 이벤트가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보다 좌석 점유율과 관객수 모두 소폭 늘었습니다. 관객들이 '기꺼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 또한 수많은 기업들이 찾아오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입니다. 7000여곳의 기업금융 고객사에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지원 당시에는 6개월 간 38회, 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 산업 지원 당시에는 6개월 간 32회의 대면협의를 했다고 합니다. 산업은행이 설령 부산에 적을 두더라도 중요한 건 기업들이 '기꺼이' 찾아가도록 할 수만 있다면 정부 공약도, 지방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길이 끝난 곳에 길이 있고, 세상 밖에 세상이 있는 법. 각자의 득실을 따지기보단 본질에 입각한 고민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수첩] 철지난 산업은행 부산 이전 논란, 해법은?

정부 여당, '기한 만료'된 금융허브 비전 다시 쓸 능력 있나
부산국제영화제 성공비결서 답 찾을만...산은의 변화 필요

황보람 기자 승인 2024.10.15 17:39 | 최종 수정 2024.10.16 13:13 의견 0
국회 정무위원회가 부산 국제금융센터에서 지난 14일 국정감사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올해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17일 금융감독원 국감 등 후반전을 앞두고 정무위원회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15일 정무위 국감 일정은 부산국제금융센터 등 '현장시찰'입니다. 통상적으로 '현장 시찰'은 '휴식'의 개념입니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편안하게 쉬지만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 이슈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60여개 시민단체는 정무위 국감이 열리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촉구했습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대통령은 공약을 지키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조치도 내놓지 않고, 민주당은 서울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정치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여야 모두를 맹공했습니다.

부산시민들이 화날 법도 합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 문제가 십수년 째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까요.

2003년 12월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습니다. 이후 2009년 여의도가 종합금융중심지, 부산 문현지구는 특화금융중심지 선정했고, 2019년에는 전북 금융중심지(유보)까지 '트라이앵글 금융허브' 구상으로까지 확대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에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추진 동력이 최고치를 찍었지만, 탄핵 등으로 정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산업은행 이전 문제도 "실기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불씨를 살린 건 역시 다음 '선거'. 2022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부산 지역의 공약으로 약속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 '120대 국정과제'에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국회 차원에선 윤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담당하는 정무위의 위원장이 되면서, 일부 추진 동력을 얻는가 싶었습니다. 지난 8월 26일 부산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전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관련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 이후 후속 논의는 전무한 상태입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철지난 이야기로 보이는 이유는,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가슴 뛰는 로드맵이 '기한 만료'되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미래 구상에 더이상 국민들 가슴이 설레지 않습니다. 그때는 블록체인도 AI도, 핀테크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디지털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로 재구성하고 한국의 디지털금융을 유인책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대대적인 '재설계' 없이는 야당의 동의도, 전국민의 지지도 어려울 테니까요.

만약 정부 여당이 '큰 그림'을 다시 그릴 생각과 능력이 있다면, 의외로 가까운 곳에 모범 사례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매년 여러 이슈로 진통을 겪기는 하지만, 국제적 명성을 잘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 부국제는 집행위원장의 공석, 예산 삭감, OTT의 존재감 속에서도 축제를 무사히 마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에 더해 출범 25주년을 맞은 부산영상위원회는 부산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AI시대에 발맞춘 영화 로케이션 제공 및 최첨단 영상기술 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입니다.

무엇보다 부국제의 저력은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객'에 있습니다. 전국 시네필들은 1년에 열흘 만은 부산을 위해 돈도 시간도 아껴둡니다. 올해 부국제는 예년에 비해 관객 이벤트가 크게 줄었지만, 지난해보다 좌석 점유율과 관객수 모두 소폭 늘었습니다. 관객들이 '기꺼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산업은행 또한 수많은 기업들이 찾아오는 '시장형 정책금융기관'입니다. 7000여곳의 기업금융 고객사에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업지원 당시에는 6개월 간 38회, LG에너지솔루션 2차전지 산업 지원 당시에는 6개월 간 32회의 대면협의를 했다고 합니다.

산업은행이 설령 부산에 적을 두더라도 중요한 건 기업들이 '기꺼이' 찾아가도록 할 수만 있다면 정부 공약도, 지방 균형 발전도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길이 끝난 곳에 길이 있고, 세상 밖에 세상이 있는 법. 각자의 득실을 따지기보단 본질에 입각한 고민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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