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에쓰오일 '구도일' (우) SK이노베이션 '행코'
중후장대 산업, 즉 조선, 철강, 금속, 기계, 화학, 에너지 등 전통적인 ‘굴뚝산업’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크다’는 의미의 중후장대가 이제는 귀여운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들 산업은 그간 광고를 통한 제품 차별화에 한계가 있었다. 소비자들이 제품 품질 차이를 직접 느끼기 어려운 데다, 전문적인 용어나 내용은 이해하기 힘들어 접근이 어렵다. 기업들은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으로 사연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 사업목적 추가된 '구도일'·탄소 흡수하는 코끼리 '행코'···시대적 요구 담아
정유업계에서 캐릭터를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대표 모델은 에쓰오일의 ‘구도일’ 캐릭터다. 구도일은 사업 목적에 브랜드와 캐릭터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라이선스 사업을 추가하며, 에쓰오일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도일은 ‘좋은 기름(Good oil)’을 한국식 발음으로 만든 이름이다. 2012년 실사 애니메이션 광고를 통해 등장한 구도일은 고향이 중동이며, 좋은 기름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서울까지 달려온 캐릭터다. 기름 모양을 본뜬 머리와 밝은 노란색의 피부, 초록색 멜빵 바지를 입은 구도일은 당시 12세 사춘기 소년이라는 아이덴티티로 등장해 큰 인기를 얻었다.
SK이노베이션에는 과거에서 온 캐릭터 ‘행코’가 있다. 행코는 1982년 유공이 제작한 프로축구단 마스코트(유공 코끼리)를 현대적으로 리뉴얼했다. 과거 축구단을 응원하다가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기절한 10살 행코가 깨어나 보니 2022년이었고 뜻하지 않게 40살이 돼버린다. ‘인싸’ 친화력으로 중년세대에게는 향수를, MZ세대에게는 새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행코는 탄소를 흡수해 환경을 보호하는 능력을 가진 친환경 캐릭터로, 시대적 요구에 맞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현대제철 캐릭터 '용강이' (사진=현대제철)
GS칼텍스 마스코트 ‘펭군’은 12세 황제펭귄으로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용감하게 도전하는 퍼스트 펭귄’이라는 뜻이다. 펭군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뜨거운 쇳물과 단단한 쇠의 이미지가 강한 철강업계는 위험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캐릭터로 대중 앞에 나섰다. 현대제철 ‘용강이’는 직원들이 브레인스토밍에서 평가까지 참여해 탄생한 캐릭터다.
고로에서 나온 용선의 불순물을 제거한 깨끗한 쇳물을 의미하는 ‘용강(鎔鋼)’에서 이름을 따온 용강이는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에서 태어나 직원들과 함께 성장해 왔다는 설정의 캐릭터다. 제철소의 모든 설비와 공정을 돌보는 수호자로 사람을 좋아해 어떤 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프로참석러’로 묘사된다.
포스코 캐릭터 '포석호'로 제작한 굿즈 (사진=포스코)
포스코 사원 ‘포석호’는 팬덤을 거느린 인플루언서 캐릭터다. 포스코 연구원이 곰인형에 수소연료전지를 넣어 생명을 얻은 포석호는 2021년 10월 포스코 뉴미디어그룹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3년차 직장인이라는 설정이다. ‘포동이’(포석호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애칭)라는 팬덤을 가지고 있으며 인스타그램 팔로워 5만6000여명을 모았다.
중후장대 산업의 캐릭터를 이용한 홍보는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것 뿐 아니라 기업의 인지도를 높여 향후 인재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이미지를 갖춘 유명 연예인 대신 기업의 고유 이미지를 담은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이 대외 홍보 뿐 아니라 임직원 소속감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위험하고 고된 일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 기업의 평판을 높여 신입사원 유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