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전경(사진=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부활과 함께 성장 기대감↑
두산에너빌리티가 대형 원전,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 터빈이라는 세 가지 미래 성장동력을 축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고조된 기대감 뒤에는 정책의 변화, 사업성 논란 등 불확실성도 짙게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탄소중립 목표 확산 속에서 원자력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전으로 주목받았으며,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전략적 협력을 기반으로 유럽·동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KB증권은 “2027년부터 대형 원전, SMR, 가스터빈 부문 전반에서 실적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맥쿼리증권도 “아시아가 원자력 부흥을 주도할 수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요 수혜 기업”이라 평가했다.
작지만 강력한 SMR…시장 선점 노린 투자 가속화
SMR은 대형 원전 대비 100분의 1 규모로 소형화돼 짧은 건설 기간과 높은 안전성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규모가 훨씬 작은(국제원자력기구 IAEA 기준 10㎿ 이하) 초소형모듈원전(Micro Modular Reactor, MMR)은 설치가 극단적으로 어려운 오지에 세울 수 있다.
산업계는 안전성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전 세계에서 70종 이상의 SMR을 개발 중인데 이 가운데 기술·사업성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 게 미국 ‘뉴스케일 파워(뉴스케일)’의 SMR이다. 뉴스케일은 전 세계 SMR 중 최초의 시제품인 미국 아이다호주에 77㎿급 SMR 12기를 건설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 테라파워 등과 초기 단계부터 협력해 2027년부터 본격적인 주기기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성 및 사업성 논란도…대책 없는 낙관론 ‘경계’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뉴스케일이 사업비 급등과 수익성 악화로 1호 프로젝트를 중단하면서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초 1MW당 55달러로 예상했던 발전 단가는 12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됐으며, 이로 인해 투자자 이탈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
미국 비영리 민간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2029년 가동에 들어가는 아이다호주 SMR에 대해 “너무 비싸고, 너무 위험하고, 너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뉴스케일이 제시한 발전 비용, 생산 시점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역시 SMR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적합한 사용처 식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며 무조건적 낙관론을 경계했다. 또한 IEA는 원전의 역할을 ‘보조적인 수단’으로 제한한 바 있다. IEA는 ’2050 탄소중립을 향한 길‘이라는 스페셜 리포트에서 2020년부터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량이 두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원전 발전량이 이렇게 늘어도 전체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와이오밍주 테라파워 SMR 발전소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에너지 믹스’로 무게 옮긴 정치권…변화에 대비해야
반대로 정부와 산업은 SMR을 화석연료와 신재생에너지를 잇는 징검다리로 여기고 낙관론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에너지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믿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미묘한 정책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선출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강조했지만, 원전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차별화되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경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통해 "이재명의 에너지 믹스는 윤석열 정부의 친원전 정책과 다를 바 없다"며 "탈원전이라는 사회적 약속을 저버린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석탄화력 중심 비즈니스에서 벗어나 수소 터빈, 풍력 터빈 등으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수소 경제 확산과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에 발맞춰 신사업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하지만 에너지 시장은 정책 변화에 극도로 민감하다. 수소와 풍력터빈 분야 역시 정부의 투자 확대 여부, 국제 에너지 규제 강화 여부에 따라 성장 속도에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정부 지원 축소나 국제 금융시장의 변화가 현실화할 경우, 수소·풍력 신사업은 투자 회수 지연 또는 수익성 악화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책 방향성에 따른 부침을 이미 겪은 두산은 더욱 더 균형 잡힌 전략과 리스크 관리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