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삼성화재


최근 주식시장에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시가총액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큰 고비를 넘기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각각 18조3200억원, 17조6945억원으로,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6255억원 앞질렀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발 관세 이슈 여파로 오전장에 이어 오후장에서도 하락세를 이어간 삼성생명 주가는 이 회장의 무죄 소식에 상승 전환에 성공, 2.81%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반면, 삼성화재 주가는 전 거래일의 급등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하루 만에 하락(-2.1%) 전환했다. 지난달 31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로 주가가 11.7% 폭등, 삼성생명 시가총액을 2535억원 앞질렀지만 이날 주가 희비가 엇갈리면서 ‘1일 천하’로 끝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두 회사의 자본금은 각각 33조원, 16조원으로 두 배 넘게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삼성화재에게 시가총액을 역전 당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경우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 다양한 악재로 주가 상승이 제한되면서 삼성금융 맏형의 입지가 흔들렸다. 특히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8.51%) 보유한 영향으로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공시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반등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하지만 그룹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일정 정도 해소되고, 삼성 계열사 중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밸류업 공시를 발표하면서 반전에 대한 기대감도 싹트고 있다.

안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화재 등) 연이은 자기주식 소각 계획 발표로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율이 빠르게 변동될 것임은 분명한 상황”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이 이루어질 경우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분이 될 것으로 보이는 바, 해당 부분을 주의 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삼성화재는 밸류업 공시에서 보유 중인 15.9%의 자기주식을 소각해 2028년까지 5.0%로 낮추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경우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자기주식 소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율이 14.98%에서 16.93%로 확대돼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할 요인이 발생하는 것.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을 15%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이에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을 초과된 만큼 처분하거나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하든가 양자 택일해야 한다.

안 애널리스트는 “컨퍼런스 콜에서는 삼성화재의 이번 밸류업 공시가 독립적으로 시행된 것임을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삼성생명으로의 자회사 편입 여부가 걸려있는 만큼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금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월 17일 삼성전자의 3조원 자기주식 취득이 완료되며 전량 소각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에 대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 관리가 어떻게 이루어질 지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