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거시 경제전망 수정(자료=한국기업평가)
#서울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이맘때 한 시중은행으로부터 운전자금 용도로 5억원을 대출받았다. 금리 인하기여서 변동금리를 택하고 싶었지만 금융당국의 고정금리 유도 방침 등으로 변동-고정 간 금리 차가 커 고심 끝에 5%대 초반의 고정금리를 택했다. 대신 만기는 1년으로 짧게 가져갔다. 어느덧 1년이 지나 대출 연장 시점이 다가왔고, A씨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가 총 3회(0.75%포인트) 인하됐음에도 불구하고 안내받은 연장 금리는 전년과 큰 변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면 지난해보다 0.3%포인트, 변동금리를 선택하면 0.1%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다. 은행에선 현 시점 조금이라도 이자가 싼 고정금리를 권했다. A씨에게는 과연 어떤 선택이 유리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몇 차례 인하하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CD(양도성예금증서) 91일물 금리는 지난 8일 2.74%로 0.02%포인트 떨어지며 기준금리(2.75%)를 하회했다. 3월 한 달 동안 2.84%로 거의 고정돼 있던 금리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발표 이후 하락 흐름을 타 5거래일 만에 0.1%포인트 떨어진 것. 관세전쟁 여파로 국내 경기가 악화돼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단기물 시장에 반영됐다.
한은은 1년에 총 8회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지난 1~2월에 이어 4~5월, 7~8월, 10~11월 총 6회가 남았다. 2월에 한 차례 금리를 인하한 만큼 4월(17일)에는 동결 전망이 높다.
다만, 미국의 관세 부과 파장이 만만치 않아 5월(29일)에 올해 두 번째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예상보다 커 4월 금통위에서 전격적으로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오늘 다시 3개월 유예 발표가 나와 헷갈리는 상황”이라며 “다만, 4월이든 5월이든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4~5월에 1회(0.25%포인트) 인하될 경우 기준금리는 2.50%가 된다. 시장 관심은 하반기다. 관세전쟁 영향이 국내 수출기업에 시차를 두고 전파될 상황을 감안하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일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거시 경제전망을 수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2회에서 3회로, 인하 폭을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각각 조정했다. 올 연말 기준금리를 최종 2.25%로 예상한 것.
김경무 한기평 평가기준실장은 “미국의 경우 관세전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는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인하 필요성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이 올라 수입물가 상승을 걱정하기보다 수출 부진으로 경기 악화를 더 걱정해야 할 형편이란 분석이다.
올해 기준금리가 2회가 아닌 3회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앞선 사례의 A씨는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대출 연장 시점의 고정-변동 금리 차(0.2%포인트)보다 더 큰 폭(0.5%포인트)으로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 금리 인하 시점이 7~8월이냐, 10~11월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변동금리라 하더라도 10~11월에 금리가 인하되고 6개월 뒤 반영되는 조건이면 만기(4월) 시점까지 금리 인하 혜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2.25%까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변동금리의 경우 3개월, 6개월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확실히 변동금리가 더 유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금리인하 시점, 시장금리 및 가산금리 상황, 금리 변동 반영 주기 등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