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Walmart)가 발표한 1분기 실적은 불확실한 경기 속에서도 안정적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입증했다. 매출 1656억 달러, 영업이익 71억 달러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4.3% 증가했다. 특히 미국 내 기존점 매출이 4.5% 증가했고, 미국 이커머스 부문은 21% 성장하며 5개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글로벌 이커머스와 광고 부문도 각각 22%, 50% 성장했다.

그로쓰리서치 오지영 연구원은 "이커머스와 광고 부문은 전통 유통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월마트는 이를 통해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동시에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월마트는 전통적인 EDLP(Everyday Low Price) 전략을 고수하면서도, 최근 고소득층 고객의 유입이 뚜렷해지는 추세다. 고급 브랜드와 중고 명품 SKU를 강화하고, 심야배송 및 오전배송 등 유연한 유통망을 구축해 다양한 계층의 수요를 끌어안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고소득층도 '가성비'와 디지털 쇼핑의 편리함을 이유로 월마트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디지털 전환 전략이 있다. 월마트는 전국 4700개 매장을 물류 허브로 전환하고 '스토어 풀필먼트(Store Fulfillment)' 시스템을 도입해 온라인 주문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이커머스 매출은 전사적으로 27% 성장하며 회사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여기에 광고, 멤버십 수익 확대 등 고마진 사업에 집중하면서 전체 영업이익률도 4.3%로 상승했다.

해외 부문에서는 특히 중국 시장의 고성장이 두드러진다. 샘스클럽(Sam’s Club)은 프리미엄 전략을 기반으로 중국 중산층 이상 고객을 타깃으로 수입 프리미엄 식품과 고품질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연매출 1,000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회원 수는 860만 명을 초과했다. 중국 내 온라인 채널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할 만큼 디지털화도 가속되고 있다.

다만, 대외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 정부의 대중국 관세 인상 여파로 일부 품목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식품, 유아용품, 전자제품 등은 관세 부담으로 인해 2분기부터 매출총이익률(Gross Margin)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월마트는 가격 인상보다는 광고, 멤버십, 물류 최적화 등 고마진 부문 강화로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그로쓰리서치 오지영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는 월마트의 구조적 과제로 자리잡고 있으며, 가격 인상 없이 고마진 사업 확대를 통해 이를 상쇄하려는 전략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마트는 경기침체기마다 위기에 강한 유통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등 수차례 경제위기에서도 식료품과 생필품 중심 전략을 통해 실적을 방어한 바 있다. 특히 전국적 물류망과 냉장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신선식품 유통 역량은 소형 유통업체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실제로 2025년 현재 월마트 전체 매출의 약 60%는 식료품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경쟁사인 크로거(Kroger), 코스트코(Costco), 타겟(Target)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월마트는 '미국인의 식탁'을 책임지는 유통업체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저가·대량유통채널로서의 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리스크와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불구하고 월마트는 다층적 고객 확보와 디지털 전환, 고마진 사업 확대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은 여전히 분명하다. '싸고, 빠르고, 믿을 수 있는' 월마트는 여전히 미국 유통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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