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9,000TEU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 ‘HMM그린호’(HMM Green) (사진=HMM)
■ 22조원 육박한 몸값에 주인 찾기 난항 ‘HMM’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4일 “HMM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HMM 민영화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17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 HMM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글로벌 컨테이너 정기선사다. 해운업계의 공공성과 전략성이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를 통해 HMM 지분의 71.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들은 계속해서 매각 의사를 밝혀왔지만, 치솟은 몸값과 전략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수자를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 특히 지난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7200억원 규모의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양대 주주의 지분율은 더 높아졌다. 28일 13시 기준 단순 시가총액(약 22조원) 기준으로 이들의 지분 가치는 16조원을 넘는다. 민간기업이 단독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적지 않다.
HMM 매각 시도는 지난해 말 하림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진전을 보였으나, 결국 가격 이견과 해운 전문성 부족 문제로 협상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호반그룹의 인수설이 돌았으나 아직 정해진 것이 업삳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대형 국적선사가 대기업의 재무 구조 보완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HMM은 단순 물류기업이 아니라, 한국 수출입 경제의 해상운송 기반이자 전략물자 수송 능력을 보유한 국가선단으로 외국계 기업이나 사모펀드(PEF)에는 지분을 넘기기 어렵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4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권기흥 에이치라인해운해상직원노조 위원장과 해양수도 부산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국가선단 사유화 vs 좀비 공기업 양산···현실적 타협점 찾아야
HMM 민영화는 해운 정책의 두 노선이 충돌한 결과물이다. 공공성 강화 노선은 국적선사를 정책적으로 유지·통제하며 전략산업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다른 하나는 ‘시장 경쟁력 강화’ 노선으로 글로벌 해운업계가 초대형화, 얼라이언스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민간 경영이 필수라는 주장이다.
민영화는 이를 통해 HMM의 비용 효율성과 투자 확대, 유연한 의사결정을 기대한다. 하지만 양 노선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전자는 ‘국가선단의 사유화’ 우려를 제기하고, 후자는 ‘좀비 공기업 양산’을 경계한다.
일각에서는 HMM의 수익성과 위상, 민영화 필요성과 공공성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분 분산형 지배구조가 현실적인 타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를 민간과 나눠 갖거나 해진공이 지분을 더 확보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HMM의 민영화는 단순한 매각이나 기업 간 거래를 넘어 국가전략산업의 향방과 해운공공성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이다. 시장은 정부의 방향 설정을 주시하고 있고 정치권 역시 대선 공약을 통해 적극 개입하고 있다. 이제 결정은 정책 당국과 이를 선택할 국민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