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년 건설 경기 침체를 거친 뒤, 올해를 기점으로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시정비사업 확대, 해외 수주 증가, 저마진 사업장 축소 등이 맞물리며, 2025년은 건설업계의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는 12일 발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현대건설, DL이앤씨, 대우건설, GS건설 등 주요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실적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다”며, ‘비중확대’ 의견과 함께 건설업 전반의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건설업계는 지난 2년간 고금리, 원자재 가격 상승, 공사비 급등, 분양시장 위축 등 복합적인 악재로 인해 심각한 위축 국면을 겪어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 안정, 미분양 해소 조짐, 분양심리 회복 등 시장 체질 개선이 관측되며 회복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기준금리 추이 및 건설공사비 지수 추이(상단), 5개 대형 건설사 매출액 추이. (자료=교보증권)


■ 저마진 해소 본격화…수익성 회복 신호

과거 고물가·고금리 시기에 착공된 사업장들은 공사비 급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된 ‘저마진 프로젝트’로 분류된다. 2021~2022년에 집중된 이들 현장이 2024~2025년 본격 준공되며, 대형 건설사들의 전체 수익구조에 긍정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실제로 DL이앤씨의 경우 올해 저마진 사업장 비중이 41%까지 축소될 것으로 보이며, 현대건설은 53%, 대우건설은 60%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교보증권은 “2026년까지 주요 대형사의 저마진 프로젝트 비중이 20~3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수익성 개선이 가시화될 시점이 도래했다고 밝혔다.

특히 2023년 이후 공사비 상승률이 안정세로 전환되면서, 수주 당시 예측했던 원가 대비 실제 시공 원가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이는 이익률 회복과 더불어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 전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 도시정비사업, 대형사의 수익 파이프라인 역할

국내 주택 공급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은 도시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은 대형사에게 있어 단기 실적과 중장기 수익의 양면을 담당하는 주요 사업이다.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 수요가 고급화되는 흐름에 발맞춰, 브랜드 파워를 갖춘 대형사들의 시장 독점 구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2025년 서울에서 예정된 도시정비 분양 물량 중 무려 97%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에 배정되어 있으며, 청약 경쟁률 상위 30개 단지 중 80% 이상을 이들 건설사가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의 ‘래미안 원’, 현대건설의 ‘디에이치’, DL이앤씨의 ‘아크로’ 등 하이엔드 브랜드는 분양가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 사이에서 높은 선호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실질적 수주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또한 최근 정부가 공공정비사업에 민간 참여를 확대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대형사에게는 신규 수주 기회의 추가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 환경은 향후에도 대형사의 도시정비 독주 체제를 더욱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 해외 수주, 중동에서 글로벌로…에너지 신사업이 견인

국내 시장 외에도 해외 수주 부문이 대형 건설사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한 유가 연동형 플랜트 사업 중심에서, 현재는 유럽·중앙아시아·미주 등으로 지역 다변화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수주 분야도 가스처리·화학·신재생에너지·수소·원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수소 플랜트 등 차세대 에너지 수주는 정부의 수출 전략 산업과 맞물려 향후 수익성 높은 신사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에선 “과거 단순 인프라 중심의 해외 수주는 이제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춘 전략적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대건설은 최근 사우디, 체코 등에서 원전 및 에너지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중장기 수주 계획을 발표했으며, DL이앤씨는 유럽·중앙아시아 가스 처리 프로젝트 다수에 입찰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건설업의 기술 기반 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장기적인 외형 성장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 공급 정상화·공사비 상승, 실적 개선 우호환경 조성

2023년 전국 주택 분양은 20만6000세대로 전년 대비 39% 급감했지만, 2024년엔 24만3000세대, 2025년에도 22만1000세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LH 등 공공 부문의 공급 확대와 분양 심리 회복이 맞물리며, 내년 이후 건설사 매출은 성장 궤도에 다시 오를 전망이다.

공급 측면뿐 아니라 평당 공사비 상승도 수익성에 긍정적인 신호다. 2024년 기준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평당 공사비는 848만원, 수도권은 662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3%, 4.1% 상승했다. 이는 향후 매출 총액 확대와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있다.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고급화 흐름도 가속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높은 품질과 브랜드, 커뮤니티 시설을 요구하며, 건설사들은 이에 맞춰 하이엔드 브랜드를 강화하고 차별화된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단지 내 실내 아이스링크, 대형 실내 정원 등 특화 커뮤니티 시설도 경쟁력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 실적 반등의 신호탄, 구조적 성장의 기회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저마진 사업장의 정리, 도시정비사업의 독점화, 해외 수주 확대, 고급화 수요 대응 등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회복의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졌던 수익성 악화와 분양시장 침체는 저점을 지나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정부의 공급 확대 정책과 금리 안정 기조 역시 실적 반등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교보증권은 “건설 업종 전반이 과거와 같은 양적 성장 중심에서 선택과 집중, 브랜드 전략, 기술 경쟁력 확보 등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2025년은 단순 회복이 아닌 구조적 반등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