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신월7동2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을 호반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따내면서 중견·중대형 건설사 간 전략적 연합이 정비사업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번 수주는 서울 도심 내 공급 가뭄 속에서 2245가구 대단지를 새로 공급하는 사업으로 적잖은 파급력이 전망되고 있다. 강남 중심에서 비강남권으로 확대되는 수주 경쟁에서 중견사들의 합종연횡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호반건설·한화건설 컨소시엄이 시공 예정인 신월7동2구역 공공 재개발 사업 투시도. (사진=한화 건설부문)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월7동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1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단독 입찰에 참여한 호반·한화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총회에는 전체 조합원 1102명 중 786명이 참석했고, 이 중 찬성표가 과반을 넘기며 계약이 성사됐다. 총 공사비는 약 66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번 사업은 양천구 신월동 117-22번지 일대 13만6103㎡ 부지를 대상으로 지하 2층~지상 29층, 22개 동, 2245가구의 공동주택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지 규모로는 양천구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재개발 구역으로, 현재 서울시 도시정비사업 중에서도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비강남권 사업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인가를 거쳐서 이르면 오는 2026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 왜 호반·한화였나…조합의 선택 배경
신월7동2구역은 지난해부터 시공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으나 대형사들의 신중한 입찰 태도로 인해 유찰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 와중에 호반건설과 한화건설은 빠르게 진입해 시공 제안 능력, 사업 추진력 등에서 조합 측의 신뢰를 얻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합은 사업지 규모와 구조적 특성을 감안할 때 단순한 브랜드보다도 확실한 실행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조합과의 소통 역량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전해졌다.
■ 중견사 합종연횡…강남 중심에서 벗어난 정비시장
이번 수주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관계였던 두 중견 건설사가 전략적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사를 제치고 단독 입찰로 사업을 따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정비사업 시장에서 관찰되는 새로운 흐름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브랜드 파워와 시공능력 5위권 이내 대형사가 정비사업을 독식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대형사들이 수익성과 리스크를 고려해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하면서 중견사에게도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양천구의 경우 목동 재건축 외에도 신월동, 신정동 등 노후 주택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재개발 사업이 잇따르고 있다. 그간 강남권 중심 독점이었던 정비시장이 서남권·강북권으로 확산되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정부의 공급 확대 기조와도 맞물려 중대형 건설사들이 적극 진출할 만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 호반·한화의 정비사업 전략은?
호반건설은 최근 정비사업 부문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견사다. 지난 3월 동대문구 전농9구역 재개발(1625가구)을 따낸 데 이어 이번 신월7동2구역까지 연속 수주에 성공하며 서울 도심 재개발 시장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호반은 최근 계열사 호반산업과 역할을 분담하며 도시정비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과거 고양 능곡6구역, 인천 미추홀구 숭의3구역 등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에서도 시공 실적을 쌓아왔다.
한화건설도 한동안 국내 정비사업에서 다소 조용한 행보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도시정비 본부를 강화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한화 건설부문으로 이름을 바꾸며 한화그룹 전체 신사업과 연계하는 체계도 갖췄다. 과거 방배13구역, 고덕3단지, 둔촌주공 일부 공구 등에서 시공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어 대규모 단지 시공 역량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신월7동2구역 공공 재개발 사업 조감도. (사진=LH)
■ 시공능력·브랜드보다 추진력이 변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결과가 단순한 수주의 의미를 넘어 앞으로 정비사업의 새로운 기준을 보여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엔 브랜드 인지도나 대기업 이미지가 수주 성패를 좌우했다. 그러나 최근엔 조합들이 빠른 착공과 명확한 일정 제시를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강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번 신월7동2구역의 조합 측은 컨소시엄의 실질 추진력, 시공 책임 분담 방식, 공사비 구성의 현실성 등을 꼼꼼히 비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호반건설은 12위를, 한화 건설부문은 11위를 기록했다. 시평 상위권은 아니지만, 수주 실적과 기술력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비강남권에서의 연이은 수주는 시공능력평가와 브랜드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10위권 내 진입 가능성도 높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정비시장 구조 재편 본격화되나
이번 수주는 향후 서울 도심 정비사업의 지형 변화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견사들이 합종연횡을 통해 대형사를 압박하고 정비시장에 다양성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특히 강남3구 외 지역의 정비사업 활성화는 중대형 건설사들에게도 기회의 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유사한 구조의 컨소시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관계자는 “최근 조합은 브랜드보다 추진력이나 책임성 등을 보는 것 같다. 중견사들에겐 이 틈을 파고드는 전략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