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사진=봉화군)
2050 탄소중립 시계가 빨라지며 제련업계도 ESG 경쟁에 돌입했다. 온실가스 감축에 나선 고려아연은 꾸준한 탐소 감축 성과를 쌓아왔다. 5년치 데이터를 공하며 자신있는 모습이다. 조업정지를 겪은 영풍은 이를 ESG 전환의 분기점으로 삼아 새로 시작했다. 두 제련소의 지속가능성 전략은 분기점에 서 있다.
■ 숫자로 증명한 고려아연의 탄소 감축
고려아연은 제련업 특유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 속에서도 2020년 이후 탄소 감축 성과를 이어왔다. Scope1·2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353만t에서 2024년 317만t으로 10.1% 줄었고, 에너지 사용량도 같은 기간 5만t에서 4만4000t으로 감소했다.
Scope3(기타 간접배출) 부문도 2020년 475만t에서 2024년 460만t으로 점진적인 감축을 이뤘다. 이는 제련업계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도입의 한계를 고려해, 호주 자회사와 ‘SunHQ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진행하며 해외에서의 탈탄소 대안을 모색 중이다.
대기오염물질 역시 2020년 2119t에서 2023년 1592t, 2024년 1816t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질소산화물 감축을 위한 통합환경허가 기반 설비 개선도 병행 중이다. 환경투자비용은 2022년 123억 원에서 2024년 558억 원으로 4.5배 늘었다.
■ 영풍의 리스타트…‘폐수 제로’와 8000억 투자 계획
영풍은 2024년 석포제련소의 조업정지 처분을 ESG 전환의 계기로 삼았다. 핵심은 무방류 시스템(Zero Liquid Discharge)의 도입이다. 이를 통해 2022년부터 3년 연속 폐수 배출량 ‘0’을 달성했다. 낙동강 수질 논란과 관련해 ESG적 전환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 사례다.
대기오염물질도 2022년 571t에서 2024년 210t으로 63% 이상 감소했고, 유해화학물질 사용량도 2731t에서 1580t으로 줄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4년 76만8000t으로, 전년 대비 약 30% 줄었으나 조업정지에 따른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cope3 배출량은 올해 처음 공개됐지만 외부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 투자는 계획과 실행의 간극이 주목된다. 영풍은 총 8000억원 규모의 친환경 설비 투자 계획을 수립했으며 2024년 말까지 누적 4426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향후 3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계획으로 통합환경허가 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2025년까지 총 1468억원을 배출시설 개선·방지설비 점검에 투입하고, 총 119개 설비 개선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다만 연간 집행 내역 및 실행 로드맵은 미공개 상태로 향후 실적을 통해 이행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안전보건 분야에선 두 회사 모두 예산 확대에 나섰다. 영풍은 2023년 104억 원이던 안전보건 예산을 2024년 273억원으로 162.5% 증액했으며, 노후 공정 설비 개선과 환경개선 작업에 30억원을 투입했다. 고려아연은 역시 같은 해 전년(907억원)에 비해 34.6% 증액한 1221억원을 안전보건 예산으로 집행했다.
2024년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 참가한 고려아연 부스 조감도 (사진=고려아연)
■ 안전과 윤리경영…확대된 예산에도 미묘한 흐름 차이
하지만 사고 양상은 엇갈렸다. 고려아연은 아차사고 발생 건수를 2020년 893건에서 2024년 145건으로 꾸준히 줄였다. 재해율도 0.58(2023년)에서 0.51(2024년)로 소폭 감소했다.
반면 영풍은 불안정한 흐름을 보였다. 2024년 한 해에만 산업재해 13건, 사망사고 1건, 아차사고 13건이 발생해 다년간의 재해 감소 추세를 보인 고려아연과 달리 사고와 안전예산 확대와 실행력 간의 괴리를 드러낸다. 2024년 한 해에만 사회법령 중대한 위반 6건이 발생했고 벌금형은 4건(총 3억1900만원), 비금전적 제재도 2건이 이뤄졌다.
2024년은 고려아연과 영풍 모두에게 ESG 이행의 전환점이었다. 고려아연은 감축 목표의 실행력과 안전·환경 부문의 투자 확대를 통해 다수 지표에서 개선을 이뤘다. 영풍도 폐수 제로 등 상징적 성과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변화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ESG는 계획만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감축 수치, 안전관리 실적, 내부통제 이력 등 ESG 경영의 평가는 계획의 크기가 아닌 그 이행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