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략광물 안티모니 (사진=고려아연)

글로벌 비철금속 가격이 연일 역사적 고점을 치고 올라가는 사이 산업 현장의 표정은 극명하게 갈렸다. 원가 급등 압력에 직격탄을 맞은 정유·철강·조선은 다시 비용의 벽에 막혔지만,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실적 개선의 문이 열리고 있다.

구리 가격 급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광물대란’은 충격이자 기회였다. 공급난과 전력망 투자, 미국의 통상정책이라는 세 가지 힘이 맞물리면서 정련·전선·리사이클링 기업 등 금속 공급망을 보유한 기업들에겐 오히려 구조적 호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 우위 시장열린 구리 시장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LME 구리 가격은 t당 1만1294.5달러까지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올해에만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선(先)재고 확보, 코브레 파나마·그라스버그 등 초대형 광산의 가동 차질, 중국의 전략적 비축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은 완전히 공급자 쪽으로 기울었다.

제련수수료(TC)는 현물 기준 -50달러까지 떨어졌다. 제련사가 구리 정광을 사기 위해 오히려 웃돈을 줘야 하는 ‘역(逆)수수료’ 구간이다. 정광 공급 쇼크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그것이 가격 상승 압력으로 직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번 사이클을 지탱하는 힘은 비(非)전통 수요다.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확충, 전기화 인프라 등 가격탄력성이 낮은 분야가 구리 수요의 하방을 단단히 받쳐주면서 기존 경기 사이클과 다른 구조적 상승을 만들어내고 있다.

■ “가격 오를수록 마이 커진다”…정련·전선·스크랩의 반전 드라마

증권가가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이 대목이다. 이번 사이클이 ‘정련–전선–리사이클링’ 중심의 기업들에겐 오히려 실적 레벨업의 기회라는 점이다. 미국의 관세 장벽 강화까지 고려하면 북미 기반 공급망을 가진 한국 기업들의 재평가 가능성도 크다. 광물대란의 ‘정통 수혜주’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곳은 고려아연이다. 아연·납에 이어 구리·니켈까지 다중 포트폴리오가 동시에 강세를 보이면서 시황 개선이 거의 모든 제품군에서 실적으로 직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이클 최대 수혜 그룹으로 꼽히는 곳은 LS다. 구리 정련(LS MnM)부터 전선(L S전선), 전력망·자동화(LS일렉트릭)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그 자체로 광물대란의 수혜 구조이기 때문이다. LX그룹의 금속 소재 사업은 구리 가격 자체보다는 전기차 투자 사이클에 더 밀접하다. 특히 동박은 구리 가격 연동 판가 구조 덕분에 가격 변동성이 리스크보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광물대란의 승자 ‘공급망 가진 기업’

풍산은 방산탄약과 신동제품을 동시에 갖춘 독특한 포트폴리오다. 방산과 산업재가 동시에 구리 강세기에 우상향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풍산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거론되는 이유다.

2025년의 비철금속 슈퍼사이클은 단순한 가격 급등이 아니다. 공급 쇼크, 미국의 통상정책, AI·전력망 투자라는 구조적 요인이 동시에 겹쳐 나타난 이례적 사이클에서 광물대란이 한국 제조업 전반에 비용 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 반대편에서 슈퍼사이클의 정중앙에 서 있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실적으로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