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 A26 잠수함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폴란드 정부가 총 100억 즈워티(약 4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사업 ‘오르카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스웨덴 사브(SAAB)를 선정했다. 경쟁에 뛰어들었던 한국의 한화오션은 최종 후보군에서 탈락했다.
브와디스와프 코시니아크카미시 폴란드 국방장관은 26일(현지시간) 내각회의 직후 “스웨덴이 제시한 제안이 기술·납기·운용 환경 적합성 측면에서 가장 우수했다”며 “늦어도 내년 2분기까지 계약을 마무리해 2030년 첫 함정 인도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폴란드 해군 현대화 핵심 프로젝트다. 공식 계약금액은 100억 즈워티지만, 무기체계 통합과 수명주기 유지·보수까지 포함한 전체 사업비는 약 360억 즈워티(14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 A26 선택한 폴란드…“발트해 작전능력 최적”
폴란드가 선택한 사브의 ‘A26 블레킹(Blekinge)급’은 사브가 ‘세계 최초의 5세대 잠수함’으로 내세우는 전략 플랫폼이다. 발트해처럼 수심이 낮고 작전 환경이 복잡한 해역에서 은밀성과 생존성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사브는 폴란드 조선소의 잠수함 유지능력 구축 투자, 폴란드산 무기 구매 등 산업협력 패키지를 제시해 우위를 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화오션, 장보고함 무상양도로 ‘수주전 지원’했지만 뚫지 못해
국내 군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수주를 돕기 위해 올해 말 퇴역 예정인 해군 1세대 잠수함 ‘장보고함(1200t급)’을 폴란드에 무상 양도하기로 잠정 결정한 바 있다. 장보고함은 독일 HDW에서 1988년 건조돼 1992년 해군이 인수한 이후 30년 넘게 운용된 잠수함으로 폴란드의 잠수함 운용·정비 교육용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폴란드는 기존에 소련제 ‘ORP 오제우’ 1척만 보유하고 있어 전력 공백이 지적돼왔다. 이번 오르카 프로젝트는 노후 전력 교체와 해저 인프라 보호라는 전략적 목적을 동시에 갖는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3000t급) 기반 잠수함의 설계·건조 역량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을 중심으로 꾸준히 마케팅을 강화해왔다.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전에는 사브 외에도 한국 한화오션,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프랑스 나발그룹, 스페인 나반티아 등이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