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NG해운 LNG벙커링선 (사진=현대LNG해운)

국내 최대 액화가스 전문 수송선사인 현대LNG해운이 인도네시아 대기업 시나르마스 그룹에 매각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 논리와 국가 에너지 안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10년 만에 투자 회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가스공사의 장기 운송계약과 LNG 벙커링 운영기술, 국적선사의 핵심 자산이 해외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 10년 투자 회수 나선 PEF…인수 의지 강한 해외로 기운 협상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IMM인베스트먼트는 현대LNG해운 지분 100%를 인도네시아 재계 3위 시나르마스 그룹 계열 아시안벌크로지스틱스(ABL)에 약 40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 현대LNG해운이 보유한 약 22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상환이 포함될 경우 실질 인수 가격은 62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현대LNG해운 매각 시도는 최근 몇 년간 반복돼 왔지만 국내 원매자들은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IMM PE 컨소시엄이 2014년 현대LNG해운을 인수한 이후 10년이 지나 펀드 만기 시점에 도달한 데다 지난해와 올해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제시한 매입가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시나르마스는 글로벌 금융기관을 동원해 인수자금 조달 능력을 입증하며 부채 상환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 점이 협상 국면에서 결정적 분기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산업안보 우려 확산…“LNG 운송 주권 흔들릴 수 있다”

우려의 핵심은 현대LNG해운이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LNG 운송망을 담당해온 선사라는 점이다. 현대LNG해운은 LNG 전용선 12척, LPG 전용선 6척, 고효율 LNG 벙커링선을 운영하며 한국가스공사의 장기 도입 물량을 수송해왔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LNG 수송 운영기술 ▲한국형 벙커링선 운항 경험 ▲장기계약 기반의 물류 정보 등 핵심 정보·운항 자산이 해외 기업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국의 LNG 적취율(국적선 운송 비중)이 지속 하락하는 가운데 현대LNG해운까지 국적선사 지위를 상실하면 국내 에너지 공급망의 전략적 취약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핵심 에너지 운송 국적선 이용률 70% 유지’, ‘국적선의 해외 매각 방지’를 명시하며 정책적으로 해외 이전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WTO·FTA 규범과의 충돌,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 민간 M&A에 대한 과도한 개입 비판 등을 고려할 때 매각을 직접적으로 법적으로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현실적 판단이다.

■ PEF 보유 선사 잇따라 매물로…“LNG 운송은 국가 전략자산”

현대LNG해운의 인니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PEF 보유 선사의 연쇄 매각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4년과 2017년 구조조정 당시 PEF가 인수했던 해운사들이 잇따라 펀드 만기를 맞고 있어 매각 시장에 속속 출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전략 자산에 대한 투자 의지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해외 매각 논란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해운협회는 현대LNG해운 해외 매각 추진과 관련해 “국가경제와 에너지안보 확보 차원에서 현대LNG해운은 국적선사로 남아 있어야 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협회는 “매각이 성사될 경우 핵심 에너지 운송자산, LNG 수송 노하우, 한국가스공사 장기계약 수송권 등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국가 전략자산이 해외로 유출된다”며 “한국의 LNG 적취율 하락이 가속화하고, LNG 공급망 전반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국정과제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국적선 유지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