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하청노동자 '470억 손배소' 취하 합의 공동 기자회견 (사진=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한화오션이 2022년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벌어진 하청노동자 파업과 관련해 제기했던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전격 취하하기로 했다. 3년 가까이 이어져온 노사 갈등이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대승적 합의로 봉합된 것이다.
28일 한화오션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는 이 의원 등의 중재로 손배소 취하에 합의하고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화오션은 2022년 파업을 비롯한 조선하청지회 활동에 대해 제기한 두 건의 손배소를 조건 없이 즉각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 역시 “당시 파업으로 발생한 사안에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유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호 노력하기로 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은 “한화오션과 조선하청지회가 서로에 대한 신뢰의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과거의 갈등을 넘어 원·하청이 함께 안전한 생산과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손배소 취하가 모든 문제의 끝은 아니지만,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삶을 바꾸기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대해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용우 의원은 “양측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과 하청이 공존의 해법을 찾은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변광용 거제시장도 “노사 상생의 길을 연 한화오션의 대승적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거제가 노동 존중 도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오늘은 경남 노사관계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날”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지역 산업현장 전반에 상생의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조선하청지회가 51일간 거제 옥포조선소 1도크를 점거하며 파업을 벌이자, 생산 차질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하청노조 간부 5명을 상대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회사 측은 목표 생산시수 229만 시수 중 154만 시수만 달성했다며, 시수당 단가를 곱해 손배액을 산정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월급 200만 원 받는 하청노동자에게 수백억 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건 돈이 아닌 노조 탄압이 목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되며 한화오션으로 사명이 바뀌었지만 소송은 3년 가까이 이어졌다. 지난 7월 노란봉투법 통과로 손배소 취하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합의문 문구를 둘러싼 입장차로 막판까지 진통이 있었다. 지난 23일 1년 넘게 중단됐던 재판이 재개되자 합의 불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결국 노사 양측은 사회적 피로감과 상생의 필요성 속에 ‘470억 손배소’라는 상징적 사건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합의는 법률로 강제되기 이전에 노사 스스로가 자율적 해법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가 한 단계 성숙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