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오전 9시 45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2코크스공장에서 불꽃과 함께 검은 연기가 나고 있다. 회사 측은 가스관리 설비 고장으로 방산작업(부생가스를 일시에 밖으로 태워서 내보내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불꽃과 연기가 났을 뿐 화재는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가 또다시 안전사고의 늪에 빠졌다. 포항제철소에서 유해가스가 새어나와 협력업체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룹 차원의 ‘안전경영’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거세다.

5일 오전 경북 포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유해가스가 새어나와 외주업체(포스코DX)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또 다수의 근로자들이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기체를 흡입했다.

사고 초기에는 유해 물질 성분이 '염산 흄' 또는 '질산 가스'로 알려졌으나, 경찰과 포스코 측은 추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성분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즉시 작업을 중단하고 환기 및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7월 포스코이앤씨 중대재해로 대통령의 질타를 받은 지 넉 달 만에 발생했다. 당시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출범시키며 안전체계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S&P는 포스코홀딩스의 ESG 점수를 45점(100점 만점), 서스테이널리틱스는 리스크 27.4점(중위위험)으로 평가 중이다. 중대재해는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밸류에이션을 훼손하는 구조적 리스크다.

포스코홀딩스는 3분기 매출 17조2610억원, 영업이익 6390억원으로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잇따른 중대재해로 ESG 리스크가 실적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ESG 리스크를 실적보다 더 민감하게 본다”며 “안전사고가 반복되면 신용등급과 자금조달 비용이 함께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근로자 참여 확대, 시스템 안전 강화, 노사 소통 기반 구축 등을 내세우지만 현장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생존의 투자’로 보는 관점의 전환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