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진=한화오션)

■ 사고 5시간 만에 사과, 더 중요한 건 '재발 방지'

한화오션의 반복되는 중대재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월에 이어 불과 한 달 사이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대통령의 중대 재해 강경 기조 이후 신속히 사과는 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의 변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오전 11시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서 크레인으로 작업용 발판 역할을 하는 철제 구조물 설치 작업 중 이 구조물이 넘어지면서 부딪힌 60대 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한화오션은 그날 오후 4시 김희철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냈다. 한 달 전인 9월, 브라질 국적 선주사 감독관이 같은 조선소에서 추락사했을 때도 다음 날 곧바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거제사업장에서는 5명의 원·하청 노동자가 숨졌다. 이 가운데 사고성 사망은 3건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거제사업장 사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기도 했다.

■ ESG경영 표방 후 늘어난 산재

한화오션은 지난2023년 ESG경영을 표방했지만 산재 통계는 오히려 악화됐다. 지난 7월 금속노조가 국회에서 연 ‘한화그룹 ESG 경영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산재는 2022년 1229건, 2023년 1693건, 2024년 2499건 으로 ESG경영 표방 후 오히려 늘었다. 올해 7월까지 발생한 산재사고는 이미 1313건이다. 전체 산재의 61.8%가 협력사에서 발생해 위험의 외주화까지 고착화됐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1조90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안전시스템 구축 사업을 발표하며 ‘안전경영’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추락, 폭발, 익사 등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 죽지 않고 퇴근해야 지킬 수 있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

지난해 부산고용노동청 등이 다섯 차례 실시한 감독에서는 1600건이 넘는 지적사항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안전시스템의 디지털화보다 기본적인 위험관리와 인력 배치가 더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화오션은 17일 사고 발생 직후 작업을 중단하고 관계 기관에 신고 후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사측은 사과문을 통해 “안타까운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안전 관리 체계 강화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고가 터지면 빠른 사과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다. 사고가 반복되면 사과의 진정성마저 훼손된다. 한화의 미래 산업 전략이 우주와 에너지로 향하더라도 기업의 지속가능성은 결국 ‘지상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