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디모스트 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디모스트 엔터테인먼트

얼핏 보면 김희선도 같고, 김지원도 같은 미모의 여배우가 OCN ‘미스터 기간제’에 나왔다. 조각 같은 턱선에 동그란 눈, 귀여움과 섹시함이 동시에 묻어있는 비주얼, 게다가 동안이다. 1993년생, 만으로 26세인데 교복 입은 19세를 연기함에도 도통 어색함이 없다. 연예계 관계자들의 말을 빌려보면 “주인공 얼굴은 따로 있다”고 하는데, 배우 한소은의 비주얼은 주인공으로 손색없다.

첫 미니시리즈 데뷔 치고 연기도 준수했다. 겉으로는 착한 척하며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배려하는 척하지만, 뒤에서는 자신의 성적을 위해 온갖 수를 쓰는 것은 물론 어머니의 힘을 빌려 선생님들을 쥐고 흔드는 못된 학생이 그가 연기한 한태라다. 또 시기와 질투의 화신이다. 부정적인 행동 대부분 나약함을 감추기 위한 방편으로 드러났다. 못된 행동, 거친 말 사이 숨은 나약함마저도 묘하게 표현해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해 ‘연기의 벽’을 느꼈던 시기를 거쳐 수 년 만에 ‘미스터 기간제’로 ‘연기의 맛’을 알게 된 그의 과거와 현재를 들어봤다.

◇“왜 회사는 되지도 않을 오디션을 갖고 오는 걸까?”

웹드라마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는 가까운’, ‘넘버식스’를 통해 20대 연기를 선보인 한소은에게 회사는 오디션을 추천한다. 10대 학생이었다. 한소은은 달갑지 않았다.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회사는 왜 되지도 않을 오디션을 갖고 오지?”였다고 한다.

“갑자기 하루 전에 회사 이사님이 오디션을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시놉시스를 봤는데 고등학생인 거예요. 솔직히 좀 짜증이 났어요. 나이대가 완전 안 맞잖아요. 너무 말이 안 되는 걸 잡아오니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않어요. ‘모르겠다’ 하고 별 생각 없이 오디션을 봤죠. 전 제가 당연히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결과를 의식하지 않은 채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던 게 오히려 득으로 작용했던 걸까. 제작진은 ‘동안’ 비주얼을 칭찬했고, 연기도 만족스러워했다.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외모도 그렇고 칭찬을 해주시니까 ‘그린 라이트인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좀 더 남아있으라고도 하셨고, 다른 대사도 시키시는 거예요. 이틀 뒤인가 최종 오디션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 긴장됐어요”

최종오디션에서 그가 연기한 장면은 2화에서 조미주(서윤아 분)와의 대립신이었다. 학생인 한태라가 선생인 조미주에게 생활기록부 관리를 철저히 하라며 쏘아붙이는 장면은 ‘미스터 기간제’ 초반 한태라의 캐릭터를 잡는데 승부수에 가까운 장면이었다.

“사실 긴장을 많이 해서 잘 못했어요. 감독님이 어떤 것 같냐고 하시는데, 많이 못 보여드린 것 같다. 그렇게 끝이 났는데, 붙었더라고요. 첫 미니시리즈 데뷔에 비중도 있었고, 미친 듯이 기뻤죠. 태라를 가장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태라는 사실 다른 사람이 할 줄 알았어요. 인지도 있는 아이돌이 될 줄 알았거든요. 정말 그 순간은 안 잊혀져요.”

한태라라는 숙제가 주어졌다. 재벌집 딸에 굳이 가진 게 많은데도 더 많은 욕심을 부리고 타인에게 시기와 질투를 보이는 한태라를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수 많은 작품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JTBC ‘스카이캐슬’ 예서(김혜윤 분)를 보다가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의 김지원을 참고했다.

“좀 캐릭터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는데, 김지원 선배의 연기를 보고는 ‘저렇게 하면 평타는 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청순한 거보다 못된 연기 하는 게 편하더라고요. 다른 애들도 청순한 건 어렵대요. 요즘 사실 10대 친구들 모르는 게 없잖아요. 다 아는데 모르는 척 하기가 더 어렵더라고요”

◇나약한 여학생부터 ‘아름다운 죽음’까지

오랜 준비 끝에 다부진 각오로 실전 라운딩에 돌입했다. 따로 외울 필요 없이 수 없이 연습해 입에 달달 붙은 대사로 그간의 노력을 화려하게 뽐낼 순간이 다가왔다. 너무 준비를 오랫동안 한 열심히 탓일까, 긴장감이 몰려왔다. 귀여운 외형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한태라의 못된 심보가 그대로 드러나는 2화에서 한소은은 실수를 연발했다.

“이미 그 신 대사는 촬영 전부터 외웠었고, 드라마를 본 모든 캐릭터를 다 연습해봤어요. 남자든 여자든. 연습을 정말 많이 하다보니까 스스로 자신감도 생겼었어요. 리허설 때도 정말 연기가 좋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실제 슛이 들어갔을 때 긴장감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감독님한테 혼이 많이 났어요. 갑자기 제 몸이 얼어버린 거예요. 몸이 제 마음처럼 안 움직였어요. 조바심도 많이 나고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가까스로 메워서 나갔고, 정말 속상해서 힘들었죠”

비록 2화 장면에서는 고충이 있었지만, 이후에는 안정감을 찾았다. 못된 행동과 나약함 사이에서 줄다리기 하는 것 뿐 아니라 범진(이준영 분)에게 의지하는 것을 넘어 이유모를 집착, 타인에 대한 시기와 질투 등 많은 감정이 적절하게 한소은을 통해 드러났다. 그리고 마지막에 옥상에 남자친구인 범진에게 죽임을 당하는 순간까지 한소은은 신예를 넘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마지막에 떨어질 때 눈물이 살짝 흐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눈물이 안 나올 줄 알고 티어스틱도 준비했는데 나오더라고요. 예쁘게 죽길 바랐어요. 그리고 원했던 대로 그렇게 나와서 정말 기뻤죠.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끝내주셔서 정말 ‘나이스’했어요(웃음)”

비록 아름답게 죽기는 했으나, 너무도 죽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태라는 작은 저항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을 믿었다고 해도, 19세의 나이에 목숨까지 거는 사랑은 이해하기 쉬운 감정선은 아니었다.

“저는 태라가 범진이를 정말 사랑했다고 생각했어요. 진짜 사랑하는 범진이를 위해 희생한다는 마음이었어요. 왜냐면 태라는 워낙 바보니까요. 비록 태라가 못된 면이 있고 그래도 범진이한테는 목숨을 내놓을 수 있는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소은과 한태라 성격적인 면에서 접점이 있을까. 전혀 없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태라는 엄마한테 짓눌리면서 살아왔고, 가족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에요. 남자친구만이 유일한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이에요. 저는 그렇지 않아요. 털털한 편이고 부모님하고도 부딪히면 할 말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부모님은 저를 그렇게 태라처럼 학대하지 않으셨어요. 존중을 많이 해주셨고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