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니코틴이 이번에도 규제에서 빗겨갈 전망이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합성니코틴 전자담배 규제가 시급하다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데 반해 정부는 여전히 머뭇거리고만 있다. 그 사이 합성니코틴은 제도권 밖에서 '꼼수 면세'에 더해 국민건강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담배사업법 관련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쓴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몇년간 합성 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문제가 국정감사 현안으로까지 올랐지만 기재부 반대로 결국 또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합성니코틴에 대해 독성, 안정성이 검토되지 않아 이를 인정할 경우 검증되지 않은 화학물질이 담배로 유통되면서 국민 건강이 위협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합성니코틴을 규제하는 해외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반영됐다.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 90% 이상 '합성니코틴'
현행 담배에 대한 정의는 1988년 제정 이래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2017년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이 '합성니코틴도 담배 원료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유해성 검증이 우선되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유보됐다. 이후 2019년 들어 신종 액상 전자담배 수입이 급증하자 형평성 문제가 거론, 개정이 이뤄지는 듯 했으나 천연니코틴만 '담배'에 포함했다.
현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담배 정의 확대 관련 법안은 크게 4가지. 최혜영·정춘숙·김수홍·류성걸 의원이 이미 대표발의했지만, 여전히 잠자고만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업계는 ▲연초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제조한 것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는 경우만 인정한다는 현행에서 ▲연초나 니코틴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제조한 것과 ▲연초 전체(잎+줄기·뿌리 등) 및 합성니코틴 포함 것으로 해야한다는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을 바라보고 있다.
시중에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90% 이상이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임을 고려하면, 담배 정의를 뿌리⋅줄기까지만 확대하는 나머지 안은 실효성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법안 통과가 어렵다면, 담뱃세 관련 시행령 개정(개별소비세법 및 지방세법)으로 조세 회피에 제동을 걸어주길 바라고 있다. 앞서 천연니코틴은 지난 2019년 세법 개정을 통해 과세만 우선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까지 해당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법안은 폐기된다.
◆독성·안정성 입증 '無'…접근성 쉬운데다 '금연보조제'로도 홍보까지
합성니코틴의 유해성분이 제도권 내에서 철저히 분석되고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독성, 안정성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합성니코틴 제품이 관리소홀을 틈타 약 10년간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서다. 지난달 제정된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은 일반담배제품의 유해성분을 분석하고 대중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합성니코틴은 유해성분은 커녕 정확한 판매량조차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또 합성니코틴 액상 용액은 주로 중국 등지에서 수입되는데, 온라인 쇼핑 등으로 접근이 쉽고 금연 보조제나 대체수단으로 홍보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유해성을 문제로 기재부가 쉽사리 결정을 짓지 못하는 사이, 일부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합성니코틴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을 노리는 분위기가 쉽게 감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합성니코틴 판매업자는 "(합성니코틴)은 제조단가가 천연 니코틴에 비해 비싸지만 세금규제를 피할 수 있어 몇몇 나라에서는 합성 니코틴이 대세"라며 "그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라고 귀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뿌리와 줄기의 과세공백을 악용하던 액상형 전자담배는 지난 2021년 이후에는 합성니코틴의 과세공백을 통해 담뱃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정부는 복지부동을 탈피, 담배 규제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합성니코틴을 규제대상에 포함하고 국민건강증진 및 세수결손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