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8200톤급 이지스구축함 정조대왕함 인도식 (사진=HD현대중공업)
미 동맹국 중 가장 큰 야드 보유 'HD현대중공업'
미국이 60년 만에 해군 함정 수출 시장을 개방하도록 법 개정에 나서면서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적인 수상함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건조 비용과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군 함정 뿐 아니라 고부가가치 특수선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HD현대중공업이 올해는 MRO(유지·정비·보수) 사업에서 실적을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마이크 리와 존 커티스가 공동 발의한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과 ‘해안경비대 준비태세 보장법’이 통과될 경우, 나토(NATO) 회원국 및 미국과 상호 방위조약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하거나 부품을 제작할 수 있게 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해당 조선소가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소유가 아니어야 하며, 건조 비용이 미국 내 조선소보다 저렴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독보적 수상 건조 기술…비용 절반, 기간 3분의 1로 단축
한국은 2023년 기준 세계 조선 시장 점유율 28.3%로 연간 3척 이상의 군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상선은 국제적으로 무관세 품목이라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부터 자유롭다.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건조한 정조대왕함은 미국 이지스 구축함과 비슷한 사양으로 건조 비용은 절반, 기간은 3분의 1로 줄였다. 또한 미 동맹국 중 가장 큰 야드를 보유한 유일한 조선소다.
HD현대중공업은 1987년 뉴질랜드 군수지원함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8척의 함정을 수출하고 102척의 수상함을 건조했다. 최신 이지스구축함(DDGⅡ) 3척을 수주해 설계와 건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미 해군 함정 시장이 열릴 경우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잘 나가는 고부가가치 선박에 중국제재 반사이익까지
HD현대중공업의 고부가가치 선박은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그룹 내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HD현대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7조7656억원으로 2023년 대비 10.5% 늘었고, 영업이익은 2조9832억원으로 46.8% 증가했다. HD현대중공업의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친환경 선박 수주와 건조물량 증가를 통해 매출은 전년 대비 매출 19.9% 증가한 25조5386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408% 폭증한 1조4341억원을 거뒀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후 에너지 수출이 재개되면서 LNG 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전망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기준 LNG선 수주잔량 100척(HD현대중공업 60척, HD현대삼호 40척)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LNG 노후선이 200여척 이상 있어 교체수요도 꾸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먼저 발의된 ‘미국 선박법(SHIPS Act)’ 제정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 컨테이너선 발주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미참여 MRO 입찰…한화오션 몫으로 돌아가, 올해 실적 과제
한편,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미 최대 함대인 7함대 소속의 4만톤급 보급선에 대한 MRO((유지·수리·보수) 사업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은 국내 조선소 최초로 한화오션이 수주했다. HD현대중공업은 2022년 필리핀 수빅 해군기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며 본격적인 MRO에 나섰지만 한화오션이 한 발 빨랐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2~3건 정도 MRO 사업을 추진할 것”이면서도 무리한 사업 확장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HD현대 관계자는 “대외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전 사업 영역에서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친환경 기술 개발과 생산 효율성 극대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