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에너지 미션 컨퍼런스' 현장에서 에스토니아 민간 원전기업 ‘페르미 에네르기아(Fermi Energi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김정은 원전영업팀장(상무, 오른쪽), 페르미 에네르기아 칼레브 칼레멧 최고경영자(CEO).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이 에스토니아 민간 원전기업과 손잡고 에스토니아 최초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뛰어들었다. 루마니아·스웨덴에 이은 유럽 내 세 번째 진출로, 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협력은 GE히타치의 SMR 기술이 도입되는 전략적 프로젝트로, 향후 EPC(설계·조달·시공) 수주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된다.

2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에너지 미션 컨퍼런스' 현장에서 에스토니아 민간 원전기업 ‘페르미 에네르기아(Fermi Energia)’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SMR의 개념설계(Pre-FEED)와 기본설계(FEED)까지 삼성물산이 직접 참여하는 구조다. 사업 구조 수립, 비용 산정, 부지 평가 등 프로젝트 초기단계부터 관여해 향후 이어질 EPC 계약에 대한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미국 GE와 일본 히타치의 합작사인 GE히타치의 'BWRX-300' 기술을 도입한다. 이 기술은 2023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에서 SMR 상용화를 위해 채택된 것으로, 전 세계 최초로 상업용 SMR 착공이 임박한 모델이다.

페르미 에네르기아는 2019년 에스토니아 에너지 및 원자력 전문가들에 의해 설립된 민영 원전 개발사다. 이 회사는 탈린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2곳을 부지 후보로 발표했다. 300MW급 BWRX-300 SMR을 통해 에스토니아 최초의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이번 협약으로 유럽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과 신뢰를 모두 갖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정은 삼성물산 원전영업팀장(상무)은 “에스토니아 SMR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SMR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유럽 내 삼성물산이 협업 중인 SMR 사업 지도. (사진=삼성물산)


한편 삼성물산은 이번 에스토니아 프로젝트 이전에도 루마니아와 스웨덴에서 SMR 사업에 속속 참여해왔다. 현재 루마니아에서는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함께 SMR 기본설계를 수행 중이며, 2023년 12월에는 스웨덴 SMR 전문기업 ‘칸풀 넥스트’와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처럼 삼성물산은 에스토니아까지 포함해 유럽 내 3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SMR 사업을 전개 중이다. 이는 단순한 진출을 넘어, 향후 EU 중심의 탄소중립 정책과 맞물린 원전 수요를 선제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모듈화 설계로 건설 기간이 짧고, 부지 면적과 초기 투자비가 작아 중소형 국가나 신규 원전 도입국에 특히 적합하다. 또한 안전성 측면에서도 최신 기술이 적용돼 사고 위험성이 현저히 낮다. 이에 글로벌 원전 시장은 최근 SMR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