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진건설산업 최은상 부회장과 CI. (사진=요진건설산업)

요진건설산업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물류센터, 바이오, 호텔 등 신사업 확장으로 4년 연속 실적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2023년 이후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악재로 인해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과 재무위기 심화 속에서 신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우선 재무구조 개선 등 기본을 다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환경 급변에 신사업으로 돌파

요진건설은 1976년 창립 이후 오랜 시간 주택, 오피스, 상업시설 위주의 사업을 전개해왔으나, 2020년대 들어 급변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건설경기 변동성과 주택시장 규제, 인구구조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존 포트폴리오의 성장 잠재력이 한계에 부딪힌 결과였다.

이에 요진건설은 물류, 바이오, 호텔·유통 부문 등 틈새시장 중심의 신사업 확장을 추진하며 주목을 받았다. 물류센터 분야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들어서까지 화성 한솔제지 물류센터(594억원), 이천 이카루스, 양주 입암리·석우리, 이천 백사(520억원) 등 대규모 프로젝트를 잇달아 착공하며 역량을 집중했다. 특히 이천 백사 물류센터는 연면적 4만1866㎡,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로 첨단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되며 고부가가치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요진건설 수주 이천백사 물류센터 조감도. (사진=요진건설산업)


제약·바이오 부문에서도 2024년 파마리서치바이오 강릉 제2공장(도급액 540억원) 준공, 인천 송도 대봉엘에스 R&D센터(564억원) 착공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수주했다. 이러한 고도 기술력 기반 시설은 단순 수익을 넘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호텔·유통 분야에서는 분당 오리역 인근 1030억원 규모의 업무시설 개발을 포함해, 이태원 캐피탈호텔 리모델링, 포포인트 바이 쉐라톤 구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다. 다만, 호텔사업은 코로나19 이후 회복세가 더뎌 수익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러한 공격적인 확장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 성장을 이뤘다. 지난 2022년 기준 매출 2779억원, 영업이익 220억원, 순이익 107억원을 기록했다.

■ 건설업 복합 위기 속 재무구조 악화

그러나 2023년부터 건설업 전반에 불어닥친 고금리, 미분양 적체, PF 경색, 원자재값 상승 등 복합 악재는 요진건설을 정면으로 강타했다.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호를 넘어서며 수도권과 지방 모두 분양 실적이 급감했고, 건설사의 자금 조달 비용은 급등했으며, PF 부실 우려로 금융기관의 대출 문턱도 한층 높아졌다.

요진건설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3년 결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5.6% 감소한 2630억 원, 영업이익은 85억원으로 61% 줄었고, 순이익은 27억원으로 70% 이상 감소했다. 원가율은 87.7%로 3.4%p 악화됐고, 판관비는 237억원으로 10.7% 늘어 수익성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미분양 재고는 290억원에 달해 전년도 91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단기차입금도 3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7%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217억원으로 54.7% 줄었으며, 매출채권은 532억원으로 78% 늘었다.

요진건설산업 측은 “당사 2023년 기준 영업이익 85억, 이자비용 67억으로, 이자보상배율은 127%”이라며 “영업이익만으로도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적 악화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하락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2022년 72위였던 순위는 2024년 80위로 하락하며 업계 내 입지가 약화됐다. 지역별 시공 순위에서도 기존 1위 자리를 내주었다. 20년 가까이 강원도 1위를 유지했던 위치에서 내려오며 대명건설에 자리를 내준 것은 상징적인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요진건설을 ‘A3-’ 등급으로 평가하며 “재무적 위험과 사업 리스크가 병존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단기차입금의 급증과 낮은 이자보상능력, 현금 유동성의 악화가 복합적인 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 성장과 위기의 교차점…“성장전략 재정비로 사업 효율화해야”

요진건설의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사업 구조 조정과 동시에 장기적인 성장 전략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현 KB증권 연구원은 “요진건설의 물류·바이오 사업 확장은 전략적으로 의미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 관련 “2024년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하회했다”면서 “비용 통제가 실패한 결과로 해석된다”며 비용 구조 개선 필요성을 짚었다.

건설산업연구원 한 연구위원은 요진건설 관련 “오너 리더십 아래 보다 유연하고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종합하면 요진건설은 단기 유동성 확보에 그치지 않고 수익성이 낮은 호텔·유통 부문의 축소 혹은 매각, 고부가가치 중심의 기술 기반 사업 확대, 해외 PF 사업 진출 등 근본적인 수익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요진건설은 틈새시장 공략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통한 성장 등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실적 악화와 재무 리스크라는 위기를 맞았다. 이번 위기는 요진건설의 미래를 좌우하는 변곡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