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연합

한국은행이 비은행권의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두고, 유관 기관의 만장일치 결정을 거치는 안을 내놨다.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대신, 심사의 허들을 높이는 플랜B를 택한 것이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은은 이 같은 입장을 국정기획위원회에 공식 전달했다. 그간 비은행권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해 코인런 등 통화 불안정 우려를 표명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방안이다.

한은은 당초 스테이블코인 '전면 반대' 입장에서, 은행이 중심이 된 스테이블코인의 '조건부 허용'으로 한발 물러났다가, 스테이블코인을 범부처 차원에서 규제 대응해야 해야 한다는 것으로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에서 발의될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에 한은의 목소리가 수렴될 지 결과가 주목된다.

현재 국회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발의돼 있다. 다른 국회 정무위 소속 여당 의원들이 '디지털자산 혁신법'을 준비중인만큼, '혁신법'에는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고 어떻게 관리 감독할지 관련 내용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는 기술 운영 및 자금 운용, 유통 등 다양한 기능이 요구되는만큼, 단독 기업이 모든 과정을 홀로 수행하긴 어려운 구조로 보고 컨소시엄 형태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네이버페이와의 제휴를 통해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관련 법 정비 이후 논의한다는 설명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비은행권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도록 한 지니어스 법안이 통과되면서, 전통 금융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구체화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JP모건은 지니어스 법안 통과 직후 'JPMD'를 출시하며 민간 은행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체계를 가시화했다. 지니어스 법안은 달러 100% 준비금 보유, 발행자 감사 및 파산 시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은 최초의 연방 차원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이다.

지니어스 법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연방 승인 기관으로 한정하고, 빅테크 기업의 직접 발행은 금지했다. 또한 준비금 자산은 93일 이하 만기의 미국 국채 등 안정성 자산으로 제한하고, 이자 지급을 금지했다.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은행의 수신 기능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이다.

최윤영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정책 이벤트가 교차하는 시기에는 기관투자자의 방향성 있는 참여 여부가 시장의 체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면서 "지니어스 법안과 JPMD의 등장은 단순한 정책과 상품 출시의 차원을 넘어, 미국의 디지털 달러 전략이 전통 금융 생태계의 내부에서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