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나이스신용평가

배드뱅크(장기연체채권 소각 프로그램) 예산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금융권 분담 규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가 마련한 배드뱅크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 개인 무담보채권이 대상이다. 이를 통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채권 규모는 약 16.4조원(113.4만명)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배드뱅크 예산은 40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는 금융권 분담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를 본업으로 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지만 실행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1년 8월부터 2022년 말까지 역사상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의 혜택을 입어 은행권이 2023년부터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배드뱅크 기금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민간 몫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고금리 수혜를 본 만큼 일정 정도 갹출을 각오하고 있는데 문제는 금액”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전년 대비 1.2조원 증가한 22.4조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순이익은 약 15.2조원으로, 전체 순익의 약 68%를 차지했다.

국내 ‘5대 금융’이 분담금 4000억원의 68%를 책임진다고 가정하면 금액은 약 2700억원이다. 금융지주 한 곳당 500억~6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실제 은행권의 분담 규모는 이보다는 더 적어질 가능성도 있다. 배드뱅크가 개인 무담보채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은행들보다 카드사, 보험사, 저축은행 등의 혜택이 더 크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제2금융권도 분담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업권별 매입대상 연체채권 규모는 카드 1.7조원, 은행 1.1조원, 보험 0.8조원, 저축은행 0.5조원, 캐피탈 0.3조원 등이다.

이은미 나이스신평 책임연구원은 “매입대상 연체채권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신용카드사의 경우 7년 이상 연체된 채권에 대해 대부분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원금 대비 평균 5% 수준의 할인율로 매입을 가정하면 업권 합산기준 약 850억원의 매각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카드(850억원), 보험(400억원), 저축은행(250억원), 캐피탈(150억원) 등 제2금융권의 매각이익 규모(1650억원)가 은행(550억원)의 약 3배에 달한다. 이런 배경으로 제2금융권도 배드뱅크 기금에 동참할 경우 은행권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지난 2~3년간 금융권이 거둔 순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4000억원 분담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실장은 “제도권 여신금융회사의 경우 건전성 분류와 대손충당금 적립 의무가 법령에 규정돼 있어 연체기간 경과시 상·매각으로 건전성을 관리한다”며 “따라서 실질적으로 7년 이상 연체된 채권은 전액 상·매각되었거나 충당금이 100% 적립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배드뱅크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평가했다.

자료=나이스신용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