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가 아픕니다."

기관들이 때아닌 고민이 빠졌다. 국내 증시가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키우면서 포트폴리오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불과 한달 새 지수 상승률이 10%를 웃도는 등 국내 증시의 체질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진입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

■ 한달만에 뒤바뀐 증시 전망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개월 상승률은 15.2%를 기록 중이다. 이달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상승 마감한 것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 속도가 당황스러운 건 증권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 증권사들은 5월 말 경 하반기 투자전략과 관련된 보고서를 발간한다. 지난 5월 27일 유안타증권은 연말까지 코스피지수 타깃으로 2750을 제시하며 "한국 경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장 동력의 상실"이라고 진단했다. 당시 유력 대선후보들이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생산성 증가율 하락 등의 한계를 넘기 쉽지 않다는 데 무게를 싣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불과 한달 만인 지난 23일 유안타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3300선으로 재조정했다. "이재명 신정부 출범 이후 외국인 러브콜 확대와 인덱스 속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연준, 이재명 세가지 '풋'에 근거한 '바이 코리아' 강세장 전망이 유지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주목한 결과다. 그외 KB증권도 향후 12개월간 코스피 목표지수로 3700p를 새롭게 제시했고 NH투자증권도 내년 상반기 상단으로 3600선을 예상하는 등 사상 최고가를 뚫을 것이라는 전망이 줄잇는 분위기다.


■ 들어오는 투자금, 날아가는 주가

기관의 전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한 기관 투자가는 "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하지만 실제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화장품 관련주, 방산 등은 물론 SK하이닉스 역시 많이 오르고 있지만 30조원대 이익을 기록한다면 아직도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에 불과해 할 말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진입 타이밍이다. 이 기관 투자가는 "시장이 좋아지면 투자금이 들어오는데 숨고르기 없이 3100선까지 오르면서 상당히 난감해진 상황"이라며 "지금 매수 타이밍을 잡지 못한 기관들로서는 3200~3300선 도달 이후 조정이 오면 그때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기관 투자가 역시 "액티브 운용을 하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장"이라는데 공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기관 자금 중 패시브(ETF) 비중이 80% 안팎인데 ETF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짜여진 포트폴리오이므로 자금 유입시 오른 것을 더 밀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며 "액티브 상품은 밸류에이션에 근거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장에서는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매니저들의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각 주체들의 증시 귀환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실제 각 주체별 거래실적을 보면 코스피지수가 3100선을 터치한 상황에도 본격적인 수급은 집중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23조원 가량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하반기 다시 20조원 가량을 던진 데 이어 올해 5월까지도 16조원 이상 추가 순매도에 나섰다. 이달 들어 5조2600억원 순매수하고 있지만 기관과 개인은 여전히 2조원 이상씩 순매도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개인들은 여전히 '인버스'에 베팅을 하며 추가 상승 가능성보다는 하락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빠른 속도로 주가가 움직인다는 건 시장 전체에 큰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이라며 "그동안 '국장 탈출'을 외치며 개인들도 주식을 뺐고 최근 4년간 기관의 매도가 8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아무도 국장을 쳐다보지 않던 상황이라 이대로 오른다면 다들 못 견디고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