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자산운용이 롯데렌탈의 유상증자 철회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은 롯데렌탈이 현재 시장가 대비 낮은 가격으로 추진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잇따라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사안이 상법 개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소액주주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훼손하는 결정을 철회할 것을 주문했다.

16일 VIP자산운용은 "어피니티가 롯데렌탈 인수 과정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 확보까지 염두에 두고 1조원대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롯데그룹은 자신들이 보유하지도 않은 특별결의 지분율을 어피니티에 고가에 넘긴 셈"이라며 "불과 수개월 전 어피니티가 동일한 반식으로 락앤락 소액주주들을 강제 축출한 전례가 있는 만큼 롯데렌탈 소액주주들에게 같은 일이 반복될 우려가 크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특히 어피니티가 지난해 SK엔터카 인수 당시 더 높은 부채비율에도 유상증자 대신 채권 발행을 택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결정을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닌 다른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VIP자산운용은 "이번 유상증자는 지분거래와 무관한 결정이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과 긴밀히 연계된 패키지 딜로 볼 수 있다"면서 "유상증자가 없었다면 어피니티가 조 단위의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유상증자가 그대로 강행된다면 이사 개개인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주주와 시장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사외이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회사의 독립성과 전체 주주의 권리를 지켜내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표는 "소액주주 피해가 명확하게 예상되는 상황에도 이사회가 밀어붙인다면 '결국 법을 개정해도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냉소적 회의론이 시장 전반에 퍼질 것"이라며 "태광산업 자사주 교환사채 발행을 중단시킨 김우진 사외이사처럼 롯데렌탈 사외이사들이 주주가치를 지키는 용기있는 선택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