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1위 추격의 동력으로 삼았던 개인 투자자 영역에서마저 삼성자산운용에 밀려났다. 상반기 잇따른 실책에 국내 증시의 랠리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미래에셋이 당분간 삼성자산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삼성운용, KODEX200부터 S&P500까지 개인 순매수 '압승'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ETF 가운데 48.9%(레버리지, 인버스 제외)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상품이다. 특히 국내 및 해외 주식형부터 미국 대표지수형까지 각 섹터의 순매수 상위를 모두 KODEX가 차지했다는 점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그동안 ETF 시장내 1위 삼성자산운용을 끈질기게 추격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는 개인 투자자들의 강력한 매수세였다. 미래에셋운용은 투자자들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공급, ETF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확대의 수혜를 누리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개인 투자자 시장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ETF의 순매수 비중은 18.1%까지 떨어졌다. 불과 1년 전 50%에 육박했던 비중이 올해 급격한 하향세를 그리다가 급기야 삼성자산운용에게 완패해버린 셈.
각 부문별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을 살펴보면 국내주식형 상위 5개 ETF 중 3개(KODEX200, KODEX 증권,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 상품이 KODEX인 반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코리아배당다우존스’만이 유일하다. 이들 상품은 국내 증시 상승 및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감 등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이달에도 꾸준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해외지수형에서 역전을 허용했다는 점은 미래에셋으로선 더 뼈아픈 지점이다. 미국 대표지수형 상품인 ‘TIGER 미국S&P500’은 지난해 막대한 자금 유입을 통해 미래에셋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6월 ‘KODEX 미국S&P500’과 ‘미국나스닥100’에 1,2위 자리를 내어줌으로써 그동안 자신했던 선점효과마저 무력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 분배금 이슈부터 금현물ETF까지 '잡음'
지난해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의 턱밑까지 따라잡았던 미래에셋운용은 올해 들어 잇따라 스텝이 꼬였다. 연초 TIGER S&P500, 나스닥100 ETF의 분배금 논란으로 흔들렸던 미래에셋운용은 트럼프발 관세 이슈로 미국 증시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자금 유입 흐름의 변곡점을 맞았다.
각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을 구축하던 즈음, 미래에셋운용은 중국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3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중국 기술주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며 중국 투자론을 강조한 영향이다. 당시 미래에셋운용은 핵심인력 유출로 인한 내부 전략 점검 등이 필요했던 시기였음에도 중국 관련 상품 개발에 전력 투입돼야 했다. 실제 지난 5월 이후 미래에셋운용이 선보인 ETF 가운데 4개가 중국 관련 상품들이다.
조급함은 악수로 이어지기 쉽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금현물 ETF를 상장시키면서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다. 해당 상품은 지난 2021년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상품 구조 설계부터 거래 시스템 구축까지 직접 설계하며 상장시킨 국내 유일 금현물 ETF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금 투자 수요 증가로 인해 각광받자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동일한 구조의 상품에 낮은 보수를 책정해 출시하면서 업계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한번의 기회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해왔던 미래에셋운용으로선 삼성운용과 10조원(AUM 기준) 이상 벌어진 격차에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미래에셋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국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삼성운용은 계속 격차를 벌려가는 분위기”라고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