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체코 원전 수주가 최종 확정 직전에 제동이 걸렸다. 26조원에 달하는 유럽 원전 수출은 체코 법원 한마디에 불확실성에 휘말렸다.
체코 브르노 지방법원은 한수원의 원전 신규 건설을 위한 최종 계약서 서명일 하루 전인 6일(현지시간)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 입찰 경쟁에서 탈락한 EDF가 제기한 행정 소송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한수원과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 자회사 간 최종 계약 서명을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 체코법원 “프랑스 EDF 소송 판결 전까지 계약 금지”
한수원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는 한전기술, 한전KPS, 한전원자력연료 등 한국전력 그룹 계열사와 민간업체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참여했다. 체코 법원은 “공공계약의 정당성과 사법 심사를 우선해야 한다”며 가처분을 인용했다.
한수원은 체코 경쟁당국(UOHS)이 지난달 EDF의 이의 제기를 최종 기각하자, 사실상 ‘법률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판단해 서명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EDF의 ‘플랜 B’, 즉 행정소송 가능성을 경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미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은 해결됐고, EDF 이의 제기도 기각됐다는 점에서 서둘러 낙관론에 기울었던 셈이다. 그러나 체코 법원은 “EDF가 유리한 본안 판결을 받아도 계약이 이미 체결돼 버리면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소송의 여지를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전 수주는 기술력만큼이나 외교, 법률, 전략적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며 “한국이 이를 간과한 것이라면 향후 다른 원전 수주전에서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 정부 대표단, 빈손 귀국…외교적 부담에 ‘당혹’
안덕근 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부 장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등으로 구성된 대규모 특사단은 허망한 귀국길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한수원 황주호 사장도 이미 체코에 도착한 상태에서 불발 소식을 접했다.
공식 외교 행사 직전의 ‘계약 무산’은 국가 신뢰도 측면에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충격이다. 외교 소식통은 “정부가 수주 외교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체코 발주사 CEZ는 즉각 반발하며 “입찰은 전적으로 투명했으며, 한수원이 우수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EDF에 입찰 내용을 공개하라며 맞불을 놓았다.
공사 지연 시 손해배상 가능성까지 경고하면서, 체코 내부에서 EDF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다만 법원의 판단이 유지되는 한 계약 서명은 최소 몇 달 이상 미뤄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정치적 변화, 현지 여론 변화 등)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수원은 “체코 법적 절차를 존중하며, 입찰과정은 투명하게 진행됐다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체코 정부, CEZ와 협의해 본안 판결 전까지 수주권을 방어하기 위한 외교·법률 대응을 병행할 계획이다.